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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고객을 진짜로 이해하는 법: 모든 팀원을 현장에 보내라

by DrKo83 2026.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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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트업이 놓치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것

스타트업 씬에서 요즘 핫한 키워드가 있어요. 바로 "포워드 디플로이먼트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입니다. 개발자를 고객사에 직접 파견해 현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맞춤 솔루션을 구현하는 방식인데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방식이 각광받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 개념에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엔지니어만 보내는 게 아니라, 팀원 전체가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죠.

2025년 기준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보면, 정부 창업지원 예산만 3조 7,000억 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외형적 성장은 눈에 띕니다. 그런데 글로벌 통계를 보면 약 34%의 스타트업이 PMF(제품-시장 적합성)를 찾지 못해 사라진다고 해요. 돈과 인력이 있어도 실패하는 거예요. 왜일까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유 맥락"이 없으면 아무리 잘 설명해도 헛수고예요

재미있는 예시 하나를 들어볼게요.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봐요. "샌드위치 파는 델리를 두 군데 찾았어." 사실 말이 이상하죠. 델리면 당연히 샌드위치를 팔잖아요. 그런데 도로 위에서 오랜 시간 뭘 먹을까 고민하던 맥락이 공유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 한 문장으로 완벽하게 소통이 돼요.

이게 바로 "공유 맥락(Shared Context)"의 힘이에요.

반대로 맥락이 없는 상태에서는요? 아무리 상세하게 보고서를 써도, 아무리 완벽한 기획서를 전달해도 엉뚱한 걸 만들게 됩니다. 고객의 환경을 직접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거든요.

스타트업에서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해요. GTM 창업자가 고객을 만나고 돌아와서 "고객이 원하는 건 Y가 아니라 X야!"라고 전달해도, 현장을 경험하지 못한 기술 창업자는 "Y로도 X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데?"라며 절충안을 내놓습니다. 결국 만들어진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것도, 팀이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닌 묘한 중간지점이 되어버려요.

이 번역 오류가 반복되다 보면 팀 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실제로 공동창업자가 이 문제 때문에 갈라서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현장 경험 없이 좋은 제품 만들기는 운에 달린 일

2인 팀에서도 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팀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정보의 단절과 번역 오류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갑니다.

고객에 대한 직접 감각 없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딱 네 가지예요. 완벽한 소통, 끝없는 행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전지전능한 창업자 한 명, 아니면 모든 팀원에게 직접 경험을 부여하는 것.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세 번째는 지속 불가능하죠. 결국 선택지는 마지막 하나뿐이에요.

"그냥 고객 인터뷰 녹화본 공유하면 안 되나요?" 물론 그것도 하면 좋아요.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만 보고 그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꽤 오만한 발상이에요. 고객의 입장이 되어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채널톡의 사례를 보면, 5개월간 서베이와 유저 인터뷰를 직접 꾸준히 진행하면서 "만족도 점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실무자와 의사결정자 사이의 온도차도 발견하고,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냈죠. 직접 부딪히는 과정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인사이트입니다.

고객을 관찰하는 프레임워크: 캘린더와 투두리스트

그렇다면 고객 현장에 나가서 뭘 봐야 할까요? 아무 준비 없이 가면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어요. 의미 있는 관찰을 위해 두 가지 프레임워크가 필요해요.

첫 번째는 캘린더, 즉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입니다. 시간대별로 고객이 하는 모든 행동을 기록해요. 업무를 하든, 회의 중에 딴짓을 하든,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든, 그 모든 게 데이터예요. 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행동에 집중해야 해요. 거기에 제품 기회가 숨어 있거든요.

두 번째는 투두리스트, 고객이 달성하려는 진짜 목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갈게요. 이건 노션이나 트렐로에 적어둔 그 리스트가 아니에요. 고객의 영혼 속에 있는 진짜 목표를 말하는 거예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어요. 고객은 제품이나 기능을 투두리스트에 올리지 않아요. "CRM 도입하기"가 아니라 "영업 파이프라인을 관리해서 거래를 놓치지 않아야 해"가 진짜 투두리스트예요. 제품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제품 기회는 갈등 속에 숨어 있다

캘린더(실제로 하는 일)와 투두리스트(달성하려는 목표) 사이를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갈등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 갈등이 바로 제품이 들어갈 공간입니다.

갈등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요.

하나는 투두리스트에 없는 걸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예요. 재무 자문가들이 고객 미팅 노트를 일일이 정리하느라 시간을 쓰는 데, 그들의 진짜 투두리스트엔 "고객 관계 강화"만 있는 식이죠. 이 갈등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실제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투두리스트에 있는 걸 당장 하고 싶은데 뭔가가 막고 있는 경우예요. 비개발자가 간단한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은데 기술적 장벽에 막혀 있는 것처럼요. 노코드 툴들이 이 갈등을 건드리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거예요.

B2B SaaS 영역에서는 구매 결정의 60% 이상이 "현재 프로세스에서 명확하게 느끼는 불편함"에서 시작된다는 분석도 있어요. 페인포인트가 명확할수록 제품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PULL 가설: 누가 우리 제품을 갈망할지 정의하기

갈등 지점을 발견했다면, 이제 PULL 가설을 세워볼 차례예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투두리스트의 프로젝트. 고객이 달성하려고 하는데 막혀 있는 게 뭔가요?

둘째, 상황. 수많은 일 중에 왜 지금 이걸 우선순위로 두나요? 긴급함과 필연성이 있어야 해요.

셋째, 기존 옵션. 고객이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본 방법은 뭔가요?

넷째, 기존 옵션의 한계. 그 방법들이 왜 충분하지 않나요? 우리가 그 한계를 돌파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은 우리 제품을 낚아채게 됩니다.

가설이 완성됐다면 실제로 팔아보는 세일즈 스프린트를 돌려보세요. 아이디어를 현실에 부딪혀보는 것만큼 빠른 검증은 없어요.

모든 팀원을 현장에 보내는 실전 팁

현장 경험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구매자와 실사용자를 구분해서 둘 다 관찰해야 해요. 구매 결정자의 니즈가 실제 사용자의 니즈와 다를 수 있거든요. 구매를 일으키는 요인과 이탈을 막는 요인이 다른 사람에게 있을 수 있어요.

섀도잉 허락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솔직하게 물어보면 돼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는데, 몇 시간 따라다니면서 관찰해도 될까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흔쾌히 응해줍니다.

더 적극적으로는 아예 고객사에 단기 컨설팅 형태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어요. 직접 그 환경에 몸을 담그면서 얻는 인사이트는 설문 몇 백 개보다 강력해요.

초기 고객 이해에 시간을 투자한 팀일수록 PMF 달성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도 이미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어요. 현장 경험이 쌓일수록 제품과 시장을 연결하는 속도가 달라지는 거죠.

단순한 공식에 속지 마세요

"불타는 페인포인트를 찾으면 된다", "수익을 10배 늘려주는 제품을 만들면 된다" 같은 말들 많이 들어보셨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단순한 공식이 실제로 먹히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어요.

수익을 늘려준다는 오퍼인데도 아무도 안 사는 경우, 10배 좋은 제품인데 아무도 안 쓰는 경우를 창업 현장에서는 수도 없이 볼 수 있어요. 단순화된 프레임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캘린더와 투두리스트 프레임워크가 강력한 이유는 단순해요. 인간의 모든 행동에 적용할 수 있거든요. 왜 사람들이 바쁘다면서 정작 중요한 일을 미루는지, 왜 좋은 제품임에도 사용자가 떠나는지, 이 두 가지 렌즈로 들여다보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무리

결국 고객을 진짜로 이해하는 방법은 하나예요. 직접 그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것. 인터뷰나 설문은 보조 도구일 뿐, 대체재가 될 수 없어요.

캘린더(고객이 실제로 하는 일)와 투두리스트(고객이 달성하려는 목표) 사이의 갈등, 바로 그 지점에 진짜 제품 기회가 숨어 있어요. 그리고 이 감각은 창업자 혼자 쥐고 있으면 안 돼요. 팀 전체가 공유해야 번역 오류 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직 팀원을 현장에 한 번도 보내보지 않았다면, 이번 주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고객에게 연락해보세요. 생각보다 문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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