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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마케팅

🎯 AI가 못 만드는 건 단 하나, 바로 '아우라'입니다

 

요즘 다들 AI 딸깍질에 빠져 있지 않으신가요?

마케팅 유튜브를 켜면 이런 제목들이 쏟아집니다. "AI로 3분 만에 로고 완성", "자동화 하나면 연 2억 가능", "마케팅에 돈 쓸 필요 없어요." 클릭 한 번이면 뭐든 만들어지는 시대가 온 거죠.

실제로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08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7% 성장하며 2032년 1,181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AI 기술은 지금 이 순간도 폭발적으로 확장 중입니다.

그런데요, 이 시대에 정말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뭐든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나'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오늘은 브랜드 전략가 최장순 대표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진짜 브랜딩'이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키위는 왜 '차이니스 구스베리'를 버렸을까

하나의 이름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원래 키위라는 과일은 뉴질랜드에서 '차이니스 구스베리'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냉전 시대 미국 수출 시장에서 문제가 생겼죠. '차이니스'라는 단어는 부정적이었고, '구스베리'는 전염병 우려가 있는 작물 이름이었거든요. 매출은 처참했습니다.

그때 사업가 잭 터너가 뉴질랜드의 상징 새 이름을 따서 '키위프루트'로 바꿔버렸습니다. 단 하나의 네이밍 변경이 이 과일의 운명을 뒤바꿨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440만 톤이 생산되고 시장 규모가 10조~14조원대에 달하는 인기 과일이 됐습니다.

이것이 브랜딩의 힘입니다. 단순히 이름을 예쁘게 짓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세계가 달라지는 거죠.

브랜딩의 진짜 본질,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

많은 분들이 브랜딩을 로고, 디자인, 카피 정도로 이해하시더라고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브랜딩의 본질은 훨씬 더 경제적이고 전략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컨셉이 '볼보'라는 이름에 연결되는 것처럼요. 볼보는 라틴어로 "나는 굴러간다"는 뜻이에요. 그냥 멋있어서 붙인 이름이 아닌 거죠.

소비자들이 그 이름을 선택하면 이익이 생기고, 그 연결고리를 기억하는 사람의 숫자가 '브랜드 강도'가 됩니다. 브랜드 강도가 세지면 브랜드 자산이 커지고, 결국 주주 가치와 시가총액이 올라가죠. 브랜딩은 소비 공동체와 투자자를 잇는 경제적 사건인 겁니다.

AI 딸깍질 시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아파트 단지에 이런 전단지가 돌았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백기동에 사는 오성급 호텔 셰프 출신 메뉴 개발자 이기원입니다." 배달비 없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는데, 후덕하게 생긴 셰프 얼굴과 사인까지 있었어요.

처음엔 진정성 있어 보였는데, SNS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드러났죠. "우리 아파트엔 백기동이 없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이 영락없이 AI 생성 이미지였던 거예요. 게다가 한 언론 보도 사진에는 손가락이 네 개인 과학자 사진이 그대로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지금 AI가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AI 딸깍질' 말이죠. 이럴수록 사람들은 'AI 스멜'을 느끼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시대일수록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거예요.

에피소드와 네러티브, 진짜 차이가 뭔지 아세요?

브랜딩에서 말하는 이야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에피소드는 AI 프롬프트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들이에요. 멋진 햄버거 이미지, 화려한 그래픽, 자극적인 영상. 이런 건 더 자극적인 것이 나오는 순간 존재 이유를 잃어버립니다. 2019년 대유행했던 흑당 버블티처럼 끊임없이 순환하고 사라지죠.

반면 네러티브는 다릅니다. '모더니스트 퀴진'이라는 책의 사진 한 장을 보면, 재료 하나하나를 공수하고 매력을 연출하는 데 총 준비 시간 30시간, 조리 시간 2.5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 사진 한 장에는 "요리는 불 앞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의 축적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에피소드에는 고통이 없습니다. 하지만 네러티브에는 고통이 있고, 긴 이야기가 있고, 오랜 시간이 누적되어 있죠. 바로 이 차이가 브랜드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아우라, AI가 절대 만들 수 없는 단 하나

일본 아티스트 타나카 타츠야의 작업을 아시나요? 작은 미니어처를 만들기 위해 자세를 구부정하게 고정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작가입니다. 그 고통의 과정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작품에 아우라를 느끼게 됩니다.

AI로도 타나카 타츠야풍 이미지를 순식간에 생성할 수 있어요. 어쩌면 실제 작업보다 훨씬 화려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 AI 이미지에는 아우라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우라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AI에는 시간이 들지 않거든요. 고통도 없고요. 에러와 결함은 지워지고 업데이트될 뿐이에요. 하지만 인간은 고통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계속 현재화합니다.

발터 벤야민은 아우라를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의 현존성, 일회적 존재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원본 모나리자가 매년 새로 색칠되고 복원된다면 진품성이 사라지는 것처럼, 개선 가능성이 없는 것이 바로 원본의 가치인 거죠.

와비사비, 불완전함 속에 담긴 진짜 가치

BTS의 RM이 다랑이(달항아리)를 들고 찍은 사진 한 장에 전 세계 팬들이 열광했습니다. 다이소에서 5천~8천 원짜리 다랑이가 수십억 원어치 팔려나갔죠.

공장에서 찍어낸 완벽한 대칭형 다랑이도 있어요. 하지만 진짜 다랑이의 매력은 두 개의 접시를 불균등하게 붙여놓은 울퉁불퉁함에 있습니다. 와비사비, 즉 불완전한 아름다움이죠. 바로 여기에 진정한 브랜드의 가치가 있어요.

AI 시대의 모든 작업은 에피소드와 가성비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프롬프트로 딸깍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세계죠. 하지만 진짜 의미, 나를 고유하게 만드는 의미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것은 서사의 세계이고, 거리와 고통을 노정하는 세계입니다.

인류학적 관찰, AI가 먼저 내놓지 못하는 이유

ChatGPT가 등장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깨달은 것이 있어요. 아날로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인류학적 관찰'이 핵심입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가 고민했습니다. "경쟁사는 항상 우리보다 빠르게 마케팅하고 젊고 힙하게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주 동안 평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힙한 카페와 우리 카페를 관찰했습니다. 소비자들의 태도를 스케치하고 상호작용을 기록했죠.

흥미로운 인사이트가 나왔습니다. 힙한 카페엔 애플 디바이스가 많았고,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카페의 본질은 뭘까요? 활력을 북돋우고 쉼을 주는 공간 아닌가요? 하지만 힙한 카페 소비자들은 에너지를 소비하러 갑니다.

또 매출이 안 오르면 점주들은 테이블을 하나씩 더 배치합니다. 회전율을 높이려는 거죠. 그런데 관찰 결과, 테이블이 빽빽한 모습을 보고 입구에서 바로 나가는 소비자가 많았습니다. 공간 근접학(프록세믹스) 연구에 따르면 타자와의 거리가 좁아질수록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오히려 테이블을 빼는 실험을 시작했고, 그것이 효과를 냈습니다.

이런 작업들은 AI가 먼저 내놓지 않아요. 관찰을 통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숨고 리브랜딩, 업의 본질을 통째로 바꾸다

숨고는 5,500만 인구 중 2천만 명이 넘게 다운로드한 국민 앱입니다. 리브랜딩 작업을 할 때 임직원들은 "숨고의 업의 본질은 전문가 연결 플랫폼"이라고 했죠.

그런데 빅데이터를 보니, 계약을 맺은 고수들이 연락이 안 되거나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숨고 입장은 "우린 연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소비자들은 달랐죠. "당신들이 소개한 사람인데 왜 책임을 안 지나요?"

이 질문에서 브랜딩이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겁니까?" 결국 숨고는 전문가 연결 플랫폼이라는 업의 본질을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재정의했고, "생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카피와 함께 중개업을 돌봄 산업으로 전환하는 관점의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오필리아 그림이 200년이 지나도 감동을 주는 이유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은 찬물 욕조에서 10시간씩 자세를 취했고, 6개월 동안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저체온증과 폐렴까지 갈 정도로 목숨이 위태로웠죠.

AI로 정교한 프롬프트를 설계하면 훨씬 더 리얼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AI에는 밀레이와 시달이 가진 고통의 서사가 존재하지 않아요. 오직 원본에만 아우라가 있습니다.

이게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당신의 이름에는 어떤 고통의 시간이 담겨 있나요?

AI는 효율하고, 인간은 의미를 설계한다

2025년 현재 생성형 AI가 '화제의 신기술'에서 '일상적인 AI'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직원들이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6천만 원짜리 프로젝트가 300만 원으로 내려오고, 2D가 3D로 순식간에 변환되고, 몇 분 만에 웹사이트 코드가 설계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의미의 맥락과 가치관, 관점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미지 제작자에서 의미 큐레이터로, 데이터 분석가에서 인류학적 관찰자로 변모해야 해요.

AI는 두 번 이상 반복 가능한 건 훨씬 더 잘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반복 불가능성을 어디서 만들어낼 것인가입니다. 스스로 결정하면서 사유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AI가 제시하는 것에 그냥 동의하는 존재로 머물 것인지,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진짜 선택입니다.

마무리

AI 시대 브랜딩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AI 프롬프트로 딸깍 만들어지는 에피소드와 가성비의 세계, 다른 하나는 서사와 거리와 고통을 노정하는 아우라의 세계입니다.

숨고처럼 업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카페처럼 인간의 행동을 깊이 관찰하고, 오필리아처럼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낸 것들. 이것이 AI가 절대 복제할 수 없는 '나만의 아우라'입니다.

당신의 이름엔 어떤 서사가 담겨 있나요? 지금 이 순간, 그 질문에서 진짜 브랜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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