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창업하면 투자받기 어렵다"—이게 진짜일까요?
창업을 준비하다 보면 어디선가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말이 있어요.
"공동창업자 없으면 투자받기 힘들어요." "혼자 하면 위험해요. 버스에 치이면 회사 끝이잖아요."
특히 와이콤비네이터(YC) 같은 유명 액셀러레이터들이 공동창업 팀을 선호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어느새 이 말은 스타트업 업계의 불문율처럼 굳어졌습니다. 공동창업자 없이 시작하면 뭔가 부족한 창업자처럼 보이는 이상한 분위기가 생겨버렸죠.
그런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파격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OpenAI, 스트라이프, 스페이스엑스, 안두릴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투자자 엘라드 길(Elad Gil)이 이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겁니다.
"공동창업자가 항상 필요하다는 건 틀렸거나, 대부분 틀린 말이다."
1인 창업을 고민 중이거나, 혼자 시작했다가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셨던 분들이라면 오늘 이 글 끝까지 읽어보세요. 꽤 마음이 편해지실 거예요.
세계 최고의 기업들, 사실 알고 보면 '혼자' 만들었다
엘라드 길이 근거로 드는 방식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거예요.
마이클 델—공동창업자 없음. 제프 베이조스—공동창업자 없음. 래리 엘리슨—공동창업자 없음. 빌 게이츠는 폴 앨런과 함께 시작했지만, 앨런이 일찍 떠난 후 사실상 게이츠 혼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출발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역할과 영향력은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불균형했죠. 잡스가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들의 이면에는 압도적으로 불균형한 창업 구조가 있거나, 실질적으로 1인 창업 구조였다."
공동창업자 신화, 데이터 앞에서는 꽤 흔들리더라고요.
공동창업자 '필수'라는 통념은 어디서 왔을까
이 통념이 언제부터 생긴 건지 아시나요? 흥미롭게도 실제 데이터에서 비롯된 게 아닙니다. 수백 개의 팀을 동시에 평가해야 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2~3명의 공동창업 팀"을 효율적인 선발 기준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게 시간이 흐르며 성공의 조건처럼 굳어진 거예요.
평가 프로세스의 편의가 만들어낸 관행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실제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카르타(Cart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전체 스타트업의 17%에 불과했던 1인 창업 비율이 2024년에는 37%까지 증가했습니다.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거예요. 국내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1인 창업 기업 수는 100만을 넘어 전체 창업 기업의 20.8%를 차지하고 있고, 연 평균 매출은 2억 3600만 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1인 창업은 이미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투자자가 "공동창업자 없네요"라고 할 때의 진짜 속내
솔직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솔로 파운더스 팟캐스트에 출연한 한 창업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VC들은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찾고 있었고, 엔젤 투자자들은 투자할 이유를 찾고 있었다."
VC가 공동창업자 부재를 이유로 들 때,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예요. 아직 이 비즈니스를 충분히 믿지 못하겠다는 신호를 좀 더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리커서 벤처스의 찰스 허드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두 명의 깊이 연결된 공동창업자 팀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건—세 번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정말 뛰어난 1인 창업자다." 결국 최고의 1인 창업자는 평범한 공동창업 팀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거죠.
제품과 트랙션이 강력하면, 공동창업자 유무는 생각보다 작은 문제가 됩니다.
1인 창업자가 가진 숨겨진 강점: 지분 구조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지분 구조입니다.
공동창업자가 있으면 처음부터 지분의 절반을 나눠주고 시작해요. 하지만 1인 창업자는 초기에 100%를 온전히 갖고 출발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플러그(Plug)를 창업한 지미 더글러스의 말이 핵심을 찌릅니다. "솔로 창업자로서 나는 공동창업자 상황에 비해 최소 두 배 많은 지분을 갖고 시작한다. 그 추가 지분이 채용의 무기가 됐다." 그는 첫 채용 전 55명을 만났고, 그중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일반적인 초기 직원보다 훨씬 많은 지분을 제안할 수 있었어요.
지분이 많다는 건 단순히 내 몫이 크다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협상력이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게 결국 팀의 품질로 이어지죠.
"버스에 치이면 회사 끝난다"—이 논리, 사실 맞지 않아요
공동창업자가 없으면 핵심 인물 리스크가 크다는 말, 맞는 것 같죠?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스타트업의 25~30%가 시리즈 A 전에 공동창업자 한 명을 잃는다고 합니다. 즉, 공동창업 팀의 4분의 1 이상이 어차피 중간에 사람이 빠지는 상황을 겪는다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이때 생기는 데드 에쿼티(dead equity)입니다. 회사에 더 이상 기여하지 않는 사람이 지분을 들고 있어 캡 테이블이 엉켜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게 이후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던 공동창업 구조가, 오히려 나중에 더 큰 리스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죠.
AI 시대에 1인 창업은 오히려 더 유리해진다
1인 창업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는 또 하나의 거대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AI예요.
예전에는 초기 스타트업이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를 최소한이라도 갖춰야 했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커버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 구조가 자연스럽게 필요했던 이유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혼자서도 AI 도구를 활용해 개발, 디자인,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미드저니(Midjourney)는 데이빗 홀츠 혼자서 만들어낸 회사입니다. 최대 매출 시점에 약 11명의 정규직 직원으로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어요. 버셀(Vercel)도 사실상 1인 주도로 출발했습니다. 앤스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도 "AI를 활용한 1인 기업이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속도와 집중의 강점이 되고 있는 겁니다.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
엘라드 길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스타트업 문화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요소가 뭔지 물어보면, 나는 항상 '이기는 것'이라고 답한다. 콤부차도 아니고, 탁구대도 아니다. 이기는 것이다."
공동창업자 유무가 성공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제품이 진짜 문제를 풀고 있는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있는지, 팀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이것들이 진짜 성공의 조건이에요.
솔로 창업자에게 필요한 건 공동창업자를 억지로 찾는 게 아니라, 멘토, 어드바이저, 실력 있는 초기 팀원들과 함께 그 역할을 분산시키는 전략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분을 제안할 여력도, 1인 창업자가 더 많이 갖고 있어요.
마무리
공동창업자 신화는 데이터가 아니라 관행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 이면에는 혼자, 혹은 압도적으로 주도한 한 명이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1인 창업자는 더 많은 지분으로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고, AI 시대에는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공동창업자를 찾는 데 에너지를 쏟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혼자서 시작할 수 있는가? 답이 예스라면—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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