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AI에 대해 갖고 있던 가장 큰 오해
AI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업무 자동화", "코딩 도우미", "보고서 초안 작성". 대부분 이런 그림을 떠올리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2025년 12월, 글로벌 AI 라우팅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와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탈 a16z(안드레센 호로위츠)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무려 100조 개의 토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역대 최대 규모 AI 실증 연구. 13개월(2024년 11월~2025년 11월) 동안 300개 이상의 모델, 60개 이상의 AI 공급사, 전 세계 수백만 개발자가 남긴 흔적을 낱낱이 분석한 결과였어요.
그 결론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AI 사용 1위가 코딩이 아니라고요?
가장 충격적인 발견부터 말씀드릴게요.
오픈소스 모델 사용량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는 롤플레이, 즉 창작 대화였습니다. 전체 오픈소스 AI 사용량의 52% 이상이 이 카테고리에 쏠렸어요. 캐릭터 기반 스토리텔링, 판타지 시뮬레이션, 팬픽, 인터랙티브 게임 같은 창작적 상호작용이 그 중심이었죠.
코딩은 2위였고, 번역과 일반 지식 질문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오픈소스 모델은 상업용 AI에 비해 콘텐츠 필터링이 덜 엄격하고, 표현의 자유도가 훨씬 높아요. 그래서 창의적이고 몰입감 있는 대화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오픈소스 쪽으로 자연스럽게 몰린 거예요.
반면 유료 상업용 모델에서는 코딩 관련 트래픽이 50%를 넘겼습니다. 즉,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목적이 완전히 갈린다는 얘기예요. 이 한 가지 발견만으로도 우리가 AI 사용 실태를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죠.
오픈소스 AI, 드디어 점유율 3분의 1 돌파
또 하나 눈여겨볼 흐름은 오픈소스 모델의 빠른 성장입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오픈소스 모델의 전체 토큰 사용 점유율이 약 30%에 도달했어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미했던 수치가 이렇게 빠르게 올라온 건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특히 DeepSeek V3나 Kimi K2 같은 대형 오픈소스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사용량이 급격히 치솟았고, 그 열기가 출시 이후에도 지속됐습니다. 일회성 호기심이 아니라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꾸준히 쓰인다는 의미예요.
지금 오픈소스와 상업용 AI는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구조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기업 업무나 규제가 강한 영역은 상업용 모델이, 비용 효율과 유연성이 중요한 영역은 오픈소스가 각각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거죠.
중국 AI의 부상,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2024년 말,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의 점유율은 전체의 1.2%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하반기에는 일부 주간 기준으로 전체 사용량의 30%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어요. 연간 평균으로도 약 13%를 기록했습니다.
DeepSeek, Qwen, MoonshotAI의 Kimi K2 같은 모델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특히 DeepSeek는 오픈소스 모델 중 총 사용량 1위(14조 토큰 이상)를 기록했고, Qwen, Meta LLaMA가 2, 3위로 뒤를 따랐어요.
이 모델들은 단순히 '싼 대안'이 아니에요. 빠른 업데이트 주기와 높은 품질로 기술·프로그래밍 영역에서도 실질적인 경쟁자로 올라선 상황입니다. 중국 AI의 글로벌 영향력을 이제 진지하게 봐야 할 시점이에요.
가격 내리면 사용자 늘까? 데이터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건 저도 예상 못 했던 결과입니다.
오픈소스 모델은 상업용 모델보다 10배에서 100배까지 저렴합니다. 그런데 상업용 모델의 점유율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어요.
왜일까요? 보고서는 가격과 사용량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사용자들은 단순히 싼 AI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워크플로우에 맞는 AI를 고른다는 거예요. 즉, 비용보다 적합도가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미션 크리티컬한 업무에서는 상업용 모델이 여전히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고, 사용자들도 그 차이를 명확히 체감하고 있는 거죠.
AI 에이전트 시대 진짜로 열렸다: 평균 토큰 길이 4배 증가
요즘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에이전틱 AI(Agentic AI)죠. 이번 보고서는 이 트렌드를 수치로 뒷받침해 줬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평균 프롬프트 길이가 4배 이상 늘어났어요. 평균 시퀀스 길이도 5,400 토큰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한 단발 질문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연결하고 다단계 추론을 수행하는 복잡한 워크플로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뜻이에요.
특히 2024년 12월 OpenAI의 o1 모델 출시가 이 흐름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단순한 텍스트 패턴 생성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추론하는 방식으로 AI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뀐 거예요. 이제 AI는 채팅창을 넘어 실제 업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에이전트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 선택한 AI 모델이 평생을 좌우한다: 유리 구두 효과
보고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글래스 슬리퍼(유리 구두) 효과입니다.
특정 모델을 초기에 도입한 사용자 집단은 이후 더 좋은 모델이 나와도 잘 바꾸지 않는다는 현상이에요.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처럼, 한 번 딱 맞는 모델을 찾으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않는 거죠.
실제로 Claude Sonnet 4와 Gemini 2.5 Pro는 도입 후 5개월 시점에도 약 40%의 사용자 유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GPT-4o Mini는 초기 도입 코호트만 잘 유지되고, 이후 유입된 사용자들은 빠르게 이탈하는 패턴을 보였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AI 모델을 처음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팀 전체의 워크플로우와 잘 맞는 모델을 처음에 잘 고르면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누리고, 반대로 맞지 않는 모델을 선택하면 전환 비용이라는 기술 부채가 쌓이거든요.
중형 AI 모델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AI 모델 시장의 또 다른 흥미로운 변화가 있어요.
기존에는 소형(15B 이하)과 대형(70B 이상)으로 양분됐었는데, 15B에서 70B 규모 사이의 중형 모델이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Qwen2.5 Coder 32B, Mistral Small 3, GPT-OSS 20B 같은 모델들이 이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요.
소형 모델은 점유율이 줄어드는 반면, 중형과 대형 모델로 사용자들이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비용 효율성과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실용적인 니즈가 반영된 결과예요. 이 중간 영역이 앞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생태계는 독점이 아닌 다양성의 시대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변화를 말씀드릴게요.
2024년 말에는 오픈소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DeepSeek 하나가 차지했어요. 그런데 2025년 하반기에는 어떤 모델도 오픈소스 점유율의 25%를 넘지 않는 다극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MoonshotAI, MiniMax, OpenAI의 GPT-OSS 계열, Qwen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며 경쟁하고 있어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고, 모델 빌더 입장에서는 좋은 모델을 만들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픈라우터 플랫폼은 2025년 중반 기준으로 하루에 1조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50% 이상이 미국 외 지역에서 온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AI는 이제 완전히 글로벌 현상이 됐어요.
마무리
OpenRouter와 a16z가 발표한 100조 토큰 분석 보고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게, 그리고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어요. 업무 생산성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창작, 오락, 에이전트 자동화로 방향이 확장되고 있죠. 오픈소스와 상업용, 중국과 서방, 소형과 대형 모델이 공존하며 복잡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 하나를 꼽으라면 이겁니다.
AI 선택은 가격이 아니라 워크플로우 적합도로 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 선택한 모델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한다.
AI를 도입하거나 조직 차원에서 AI 전략을 짜고 있다면, 이 보고서의 인사이트를 꼭 한 번 참고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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