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 다음 날, 사용자의 80%는 이미 떠났습니다
앱을 만들고 출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지 아시죠.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심사 받고. 그 긴 과정 끝에 앱 스토어에 올라가는 순간은 정말 짜릿합니다.
그런데 그 감격이 채 식기도 전에 현실이 찾아옵니다.
신규 사용자의 80% 이상이 앱을 설치한 지 첫 30일 안에 이탈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요. 업계 벤치마크를 보면 상황은 더 냉혹합니다. Adjust의 연구에 따르면 앱 설치 첫날 평균 리텐션율은 겨우 26%에 불과하고, 7일차에는 12% 안팎으로 뚝 떨어집니다. 앱을 열었던 100명 중 88명이 일주일도 안 돼 사라진다는 뜻이죠.
마케팅 비용을 써서 어렵게 데려온 사용자들이 이렇게 빠져나간다면, 성장은커녕 모래 위에 쌓는 성과 다름없습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온보딩입니다.
온보딩이 뭔데요? HR 용어 아닌가요?
맞아요, 원래는 신입 직원을 회사에 적응시키는 인사 용어였는데, 서비스 기획에서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앱에서의 온보딩이란 처음 앱을 실행한 사용자에게 "이 앱을 계속 써야 할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는 과정이에요. 사용자는 수많은 앱을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입니다. 처음 몇 화면만 봐도 이 앱이 나한테 필요한 건지 아닌지 바로 판단해버리죠.
그래서 온보딩은 앱의 첫인상이면서, 동시에 사용자가 머물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단순히 "이런 기능이 있어요"를 보여주는 슬라이드 몇 장이 온보딩이 아닙니다. 사용자에게 빠르게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경험시켜주는 것, 그게 진짜 온보딩의 목표예요.
온보딩은 앱 설치 전부터 시작됩니다
많은 분들이 온보딩을 앱을 켰을 때 나오는 첫 화면 몇 장 정도로만 생각하시는데, 사실 온보딩은 앱 스토어 등록 페이지에서 이미 시작됩니다.
스토어에서 앱 스크린샷을 보고, 설명을 읽고, 평점을 확인하고 설치를 결정하는 그 과정 자체가 온보딩의 일부예요.
문제는 스토어에서 보여준 것과 실제 앱을 켰을 때의 경험이 다를 때입니다. 기대가 실망이 되고, 설치가 삭제로 이어지는 거죠. 스플래시 화면부터 온보딩까지 이어지는 전체 흐름이 일관성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앱 스토어 최적화(ASO)와 온보딩 설계는 따로 노는 게 아닙니다. 하나의 사용자 여정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좋은 온보딩을 만드는 5가지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온보딩을 설계해야 사용자가 떠나지 않을까요? 국내외 앱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첫 번째는 핵심 가치 하나에 집중하는 겁니다.
온보딩에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기능 나열이에요. "우리 앱이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또 이런 것도 됩니다!" 하는 식으로요. 사용자는 그 많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요.
카카오페이 온보딩을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실제로는 부가 기능이 엄청 많지만, 온보딩에서는 결제, 송금, 투자라는 핵심 기능에만 집중하고 "마음 놓고"라는 공통 메시지로 금융이 어렵다는 인식을 정면으로 깨버립니다.
핵심은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우리 앱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를 먼저 전달하고, 나머지는 그다음 이야기로 넘기는 거예요.
두 번째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겁니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앱을 씁니다. 배달의민족은 "근처 맛집을 한 곳에서 쉽게 주문하고 싶다"는 불편에서,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바로 송금하고 싶다"는 불편에서 탄생했죠.
명함 관리 앱 리멤버는 이 점을 온보딩에서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명함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불편함을 "찍기만 하면 알아서 등록해드려요"라는 메시지와 애니메이션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그 불편함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 화면 하나에 바로 마음이 열립니다. 이게 온보딩이 가진 진짜 힘이에요.
세 번째는 실제 사용자 후기로 신뢰를 더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남들의 반응을 봅니다. 영화 포스터에 언론 평점이 빠지지 않고, 쇼핑할 때 리뷰를 꼭 확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밀리의서재는 이걸 온보딩에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앱의 가치를 설명하는 화면 옆에 실제 독자들의 긍정적인 리뷰를 함께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이미 설치를 결정한 사람에게 "맞아, 잘 선택했어"라는 확신을 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구글 플레이나 앱 스토어에서 리뷰를 볼 수 있지만, 앱 안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는 건 전혀 다른 온도의 신뢰감을 줍니다.
네 번째는 주요 기능을 미리 경험시켜주는 겁니다.
스크린샷만으로는 실제 사용 경험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 앱들은 온보딩에서 실제 UI와 유사한 화면을 미리 보여줘요.
구글 독스나 크런치베이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 앱 화면을 바탕으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미리 보여주면서,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주요 기능을 익히도록 유도하죠. 네이버 앱도 대규모 개편 당시 이 방식을 택해서 기존 사용자들의 혼란을 크게 줄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거나 대규모 UI 개편이 있을 때, 이 방식은 특히 강력합니다. 사용자가 "이걸 어떻게 쓰는 거지?" 라는 의문을 갖기 전에 먼저 답해주는 거니까요.
다섯 번째는 개인화된 경험을 온보딩에 녹이는 겁니다.
가장 진화한 온보딩 방식은 사용자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해서 맞춤 경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가 이 방식의 교과서예요. 앱을 열면 서비스 소개나 기능 나열 대신 바로 사용자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어떤 언어를 배우고 싶은지, 왜 배우려 하는지, 현재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이 답변을 바탕으로 딱 맞는 학습 코스를 즉시 제시해줘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온보딩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이후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푸시 알림에도 연결된다는 거예요. 새해 결심처럼 흐지부지되기 쉬운 학습 습관을, 데이터 기반으로 영리하게 붙잡아주는 구조입니다.
온보딩 설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
설계할 때 실무적으로 꼭 챙겨야 할 포인트들이 있어요.
건너뛰기 버튼은 있어야 하지만, 너무 눈에 띄는 곳에 두면 안 됩니다. 구글 독스는 Skip 버튼을 오른손 엄지가 닿기 어려운 위치에 배치해서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은 텍스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복잡한 기능을 설명할 때는 움직이는 시각 요소가 압도적으로 직관적이에요.
온보딩에서 기능 자체의 화려함보다 그 기능이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를 연결해서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기능이 아니라 가치를 팔아야 해요.
온보딩 흐름은 반드시 A/B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어떤 화면에서 이탈이 많은지, 어떤 순서가 더 효과적인지는 데이터가 알려줍니다. 감으로 설계하고 감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온보딩이 결국 사용자와의 첫 번째 약속입니다
앱을 오래 쓰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 앱을 켰을 때 "아, 이거 나한테 필요한 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에요.
온보딩은 그 느낌을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핵심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사용자의 불편에 공감하고,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에게 맞는 개인화된 경험으로 이어주는 것.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 한 명의 사용자를 데려오는 것보다, 온보딩을 잘 설계해서 이미 설치한 사용자를 붙잡아두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신규 사용자 획득 비용은 기존 사용자 유지 비용의 5배 이상이라는 데이터는 이미 업계에서 오래된 상식이 됐죠.
사용자가 앱을 처음 켜는 그 순간, 우리 앱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그 대답이 온보딩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마무리
앱 온보딩은 단순한 튜토리얼이 아닙니다. 사용자와의 첫 약속이자, 리텐션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에요. 핵심 가치 하나에 집중하고, 사용자의 불편을 정면으로 해결하고, 시각적 요소와 개인화로 깊이를 더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온보딩 설계의 핵심입니다. 지금 우리 앱의 온보딩을 한 번 다시 들여다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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