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뭘 공부해야 하지?"라는 질문, 사실 이미 틀렸을 수 있어요
요즘 주변을 보면 비슷한 대화가 정말 많이 오가더라구요.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파이썬 배워야 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 들어야 하나?" "지금 내가 하는 일, AI가 다 대체하는 거 아닌가?"
그 불안이 이해가 돼요. 실제로 한국 직장인의 약 49.5%가 2026년 업무 및 고용 환경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고, AI 확산이 일자리에 영향을 줄 주요 요인으로 꼽힌 비율도 34%를 넘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불안의 방향이 조금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최근에 인터뷰 하나를 접하고 꽤 오랜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대우에서 20년, 셀트리온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계약을 체결한 뒤, 지금은 AI와 3D 프린팅, 줄기세포를 엮어 신장 재생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분의 이야기였어요. 그 성과의 뿌리에 있던 키워드가 흥미로웠습니다. '언러닝(Unlearning)'이었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언러닝이 뭔지 짚고 넘어가요
언러닝(Unlearning)은 말 그대로 '배운 것을 지우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쌓기 전에, 이미 내 머릿속에 박혀 있는 낡은 상식부터 비우는 과정이에요.
학습에는 3단계가 있어요.
1단계는 언러닝으로, 알고 있던 지식과 상식, 개념을 버리는 것. 2단계는 리러닝(Relearning)으로, 버린 자리에서 본질을 다시 바라보는 것. 3단계는 뉴러닝(New Learning)으로, AI 기술과 자신의 통찰을 엮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단순한 공부법 이야기가 아니에요. 비즈니스 모델도, 커리어 방향도, 내가 고수하는 직업관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줄 정리: 언러닝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AI의 진짜 무서움은 J커브에 있어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AI의 발전을 'J커브'로 설명한 게 있어요. 지금은 그 커브가 막 꺾이기 시작하는 초입이라는 거죠.
AI의 발전을 크게 보면 두 단계로 나뉩니다. 하나는 AGI(인공 일반 지능)로 어떤 분야든 전문가 수준으로 옆에서 조언해주는 AI이고, 다른 하나는 ASI(인공 초지능)로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단계예요.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025년 주요 매체 282건을 분석한 결과, 2026년은 AI가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어요. 글로벌 AI 투자 규모도 연간 50% 이상 성장하고 있고요.
문제는 기술이 빨라지는 속도만큼 '사람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있어도 실제 사용자는 소수에 불과한 것처럼, 기술과 의식 사이의 간격이 바로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기회예요.
한 줄 정리: AI는 J커브의 초입에 있으며, 기술보다 우리의 의식이 먼저 따라가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어떤 기술을 배울까?"
AI 시대의 답을 기술 습득에서 찾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파이썬을 배울까, 챗GPT 활용법을 배울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를 들을까.
그런데 이 접근 자체에 맹점이 있습니다.
어떤 기술을 배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가치가 폭등할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워요. HTML을 아는 사람이 처음엔 유리했죠. 하지만 결국 가장 크게 성장한 건 HTML을 몰라도 콘텐츠와 관계를 구축한 사람들이었잖아요.
한국은행 AI 활용 실태 조사(2025)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어요. AI 도구를 쓰는 게 이미 기본값이 된 세상에서, 도구를 쓰는 능력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는 없어요.
한 줄 정리: AI 시대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을 배울까가 아니라 무엇이 폭등할까이다.
AI가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과 폭등시키는 것
가장 빠르게 가치가 하락하는 건 '지식'입니다.
과거에는 많이 아는 사람,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가진 사람이 비쌌어요. 의사, 변호사, 전문 컨설턴트. 이분들이 고급 정보를 독점했으니까요. 지금은요? AI에게 물어보면 수십 초 만에 정리된 답이 나옵니다.
삼일PwC의 2025 글로벌 직장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매일 사용하는 직장인의 생산성 향상 체감도는 92%였어요. 도구 자체는 이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지식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반대로 폭등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바로 '관계'입니다.
관계는 두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인간관계, 즉 사람들과 신뢰로 연결된 네트워크. 그리고 인과관계,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는 맥락과 스토리.
둘 다 소중하지만, AI가 진짜 대체하기 어려운 건 두 번째예요. 맥락이 담긴 인과관계입니다.
한 줄 정리: AI 시대에 가장 귀해지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관계, 그중에서도 맥락이 담긴 인과관계다.
AI가 절대 만들 수 없는 것: 살아온 시간의 맥락
AI에게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해 알려줘"라고 하면 훌륭한 정보가 나와요. 하지만 AI가 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19년 전 학교를 자퇴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수만 명을 모은 사람의 이야기. 그 사람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건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인과관계예요.
마케팅 담당자들이 요즘 유독 혼란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에요.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검색 결과 상위에 올리면 됐는데, 이제는 검색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닿을지를 고민해야 하거든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특정 제품과 연관된 맥락을 먼저 심어놓는 것, '돈'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특정 인물이 자동으로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 이게 바로 AI 시대의 가장 비싼 자산입니다.
한 줄 정리: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맥락과 인과관계는 살아온 시간만이 만들 수 있다.
다음에 폭발할 산업, 왜 커뮤니티인가
이 접근법을 따라가면 다음으로 뜰 산업이 커뮤니티라는 게 흥미롭게 느껴져요.
모든 지식이 검색으로 나오는 세상이 되면,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탐구하려 합니다. 1970년대 컴퓨터 그래픽이 태동하던 시절, 유타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위계 없이 함께 앉아 공부했던 것처럼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것을 같이 탐구하고 함께 성과를 내는 상부상조형 커뮤니티가 등장한다는 겁니다. 이를 '커뮤니티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유료 멤버십, 코호트 기반 학습, 특정 주제로 모인 소규모 스터디 그룹들이 이 흐름의 초기 신호들이에요.
가트너가 2026년 전략 기술 트렌드로 꼽은 것 중에도 설계자, 융합자, 선도자라는 세 가지 역할이 있었는데, 결국 혼자서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연결하고 융합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어요.
한 줄 정리: AI가 지식을 평준화할수록, 함께 탐구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의 가치는 반대로 올라간다.
언러닝의 실제 사례: 낡은 지도를 버린 사람
비전만 팔아 수천억 규모의 글로벌 계약을 따낸 영업 전문가가 신장 재생이라는 길로 접어든 과정은 언러닝의 교과서 같아요.
첫째, 낡은 지도를 버렸습니다. '나는 영업맨이니까 의료는 모른다'는 상식을 내려놓은 거예요.
둘째, 본질을 다시 봤습니다. 노화를 막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쌓인 인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어요.
셋째, 이 시대의 기술인 AI, 3D 프린팅, 줄기세포를 자신의 통찰과 엮었습니다.
미래 예측 방법도 흥미로워요. 10년 후 세상, 3년 후 세상, 3개월 후 세상. 이 세 좌표를 잇는 선상에서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산하는 거예요. GPS가 세 개의 신호로 위치를 잡는 원리와 같아요.
그리고 이런 말도 인상 깊었어요. "마음으로 연결되는 데는 3년이 걸린다." 관계는 속도전이 아니라는 거죠.
한 줄 정리: 언러닝은 지식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되고, 남은 자리에 이 시대의 기술을 엮는 것으로 완성된다.
가위바위보 비유: 내 상식이 이미 틀렸을 수 있다
언러닝을 설명할 때 가장 쉽게 와닿는 비유가 있어요. 가위바위보예요.
초등학교 때 배운 규칙, 가위는 보자기를 이긴다. 그런데 보자기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면? 가위가 자르지 못해요. 가위가 레이저 방식으로 바뀐다면? 보자기가 당해낼 수 없습니다.
컨셉 자체가 안 맞는 상황이 이미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과거의 지식 90%는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어요. 그래서 지식을 머릿속에 두되, 그것을 신봉하지는 말라는 거예요.
이건 단순한 공부법이 아니에요. 내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 내가 고수하는 직업관, 내가 쌓아온 커리어의 방향. 이 모든 것에 언러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 줄 정리: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이 될 수 있다. 지식을 활용하되, 그것에 갇히지 마라.
AI에 사고를 외주 주면 안 되는 이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짚고 갈게요.
AI는 수백만 명의 평균적인 지식을 종합해서 알려주는 도구예요. 그 도구를 잘 쓰는 것과, 그 도구에 생각 자체를 위탁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EY의 2025 AI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64%가 쏟아지는 AI 도구로 인해 업무 부담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느끼고 있어요. AI를 쓰면서도 생각을 더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모든 사람이 AI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을 받으면, 전략도 아이디어도 방향도 모두 비슷해집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만큼은 AI에게 넘겨주면 안 돼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이기주의는 나만 좋으면 된다는 것이고, 개인주의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를 끝까지 추구하는 거예요.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후자입니다.
한 줄 정리: AI를 활용하되, 사고의 핵심만큼은 절대 외주 주지 마라.
마무리
정리해 볼게요.
AI가 J커브를 타고 올라갈수록 지식의 가치는 내려갑니다. 반대로 관계, 맥락, 인과관계의 가치는 올라가요. 그리고 이것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언러닝, 리러닝, 뉴러닝. 이 세 단계를 통해 낡은 상식을 버리고, 본질을 다시 보고, 이 시대의 기술과 자신의 통찰을 엮는 것.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법이에요.
오늘 글을 읽으셨다면 딱 하나만 해보세요. 내가 너무 당연하게 믿고 있는 상식 하나를 꺼내서, 그게 지금도 맞는지 의심해 보는 것. 그 의심이 언러닝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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