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PM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질문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요?"
2~3년 전만 해도 먼 미래 얘기처럼 들렸던 이 질문이, 이제는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이 됐습니다. 채용 공고는 줄어들고, AI 도구는 쏟아지고, 내가 하던 업무의 절반은 어느새 자동화되고 있죠.
최근 글로벌 프로덕트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발언이 있었습니다. 메타와 구글을 거쳐 크레딧 카르마의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까지 지낸 Nikhyl Singhal이 125명의 시니어 프로덕트 리더 커뮤니티에서 직설적으로 말했어요.
"PM의 절반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반대편에는 역대 최고의 기회를 누리는 PM들도 있다는 겁니다. 오늘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이야기해볼게요.
PM이 원래 하던 일, 사실은 이게 핵심이 아니었습니다
PM(프로덕트 매니저, Product Manager)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출시하는 전 과정을 총괄하는 역할입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업팀 사이를 조율하고 고객의 요구를 제품 전략으로 번역하는 사람이죠. 한국에서는 서비스 기획자, 프로덕트 오너(PO)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립니다.
Singhal에 따르면,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PM 하루 업무의 상당 부분은 사실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내 팀이 만든 내용을 상사가 이해하게 정리하고, 그걸 다시 위로 전달하는 구조였죠. 회의 요약, 상태 보고서, 이슈 정리, 기능 명세 문서... 이게 PM의 하루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구조를 "권한 없는 책임"이라고 불렀습니다.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건 적은데, 정보를 매끄럽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압박은 크다는 거죠. 그 스트레스가 결국 PM이라는 직종에서 가장 큰 번아웃 원인이 됐다고 해요.
그리고 지금, 이 정보 전달자 역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AI로 대체되는 업무 범위, 생각보다 넓습니다
요즘IT의 AI PM 로드맵 관련 글에 따르면, 수년 동안 괜찮은 PRD를 작성하고 이해관계자를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PM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회의 녹음을 전사하고 요약하는 일, 발언자의 감정 변화까지 분석하는 AI 도구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PRD 초안을 자동 생성해주는 ChatPRD 같은 도구도 실무에서 쓰이고 있어요. 부서 간 이슈를 정리하고 상태를 보고하는 문서 역시 AI가 초안을 뽑아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2026년 현재, 기업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AI에 관심 있는 PM이 아닙니다. AI를 실제로 활용해 확률적 제품을 설계하고, 측정하고, 확장할 수 있는 PM을 찾고 있습니다. 채용 시장에서 이미 그 신호는 뚜렷합니다.
정보 전달이 사라지면 뭐가 남을까요?
Singhal의 답은 명확합니다. 판단력과 직접 만드는 능력입니다.
AI 도구가 발전하면서 테스트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하나의 기능을 출시하는 데 몇 주가 걸렸다면, 지금은 며칠이면 됩니다. 개발 속도가 10배 빨라졌다는 것은, 변화의 선택지도 10배 늘어난다는 뜻이에요.
100개의 개인화 버전 대신 지속 가능한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 만들 가치가 있는지 출시할 타이밍인지를 결정하는 것, 이게 판단력입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오히려 더 희소해지는 거죠.
두 번째는 직접 만드는 능력입니다. Singhal이 운영하는 125명 규모의 프로덕트 리더 모임에서 최근 쇼앤텔(자기가 만든 걸 보여주는 자리)을 열었는데, 모두 노트북을 열고 자기가 직접 만든 걸 보여주며 경쟁했다고 합니다. 3년 전이라면 PM 모임에서 코드를 보여주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지금은 그게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어요.
빌더형 PM과 전달자형 PM, 운명이 갈립니다
Singhal은 현재 PM을 두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빌더(Builder)형 PM입니다.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고, AI 도구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며, 뭔가를 만들 때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죠. 이 유형은 지금 역대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Singhal의 커뮤니티에서만 지난 12개월 동안 125명 중 14명이 창업자로 전환했어요. 10명 중 1명꼴입니다.
두 번째는 전달자(Coordinator)형 PM입니다. 정보를 잘 정리하고, 보고서를 잘 쓰고, 회의를 잘 진행하지만, 직접 뭔가를 만드는 일에서는 거리를 두는 유형이죠. Singhal은 이 유형에 대해 꽤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가 예측하는 건 12~24개월 안에 대규모 구조조정입니다. 3만 명을 줄이고 8천 명을 채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 8천 명은 모두 AI를 기본으로 쓰는 인재가 될 거라고 했어요. 지금 잘 하고 있는 방식이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함정입니다.
이력서 회사 이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채용 기준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메타, 구글, 카카오 같은 회사 이름이 이력서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일했는가"가 기준이었죠.
지금은 인터뷰에서 어떤 도구를 쓰는지, 판단을 어떻게 내리는지를 묻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뭘 출시했는가"보다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거죠.
2026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기본법과 유럽연합의 AI법(AI Act) 영향으로, 기업들은 이제 AI 리스크 지형을 이해하고 규정 내에서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PM을 원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AI 도구를 쓸 줄 아는 게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법적, 윤리적 맥락까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거예요.
한국에서도 이 흐름이 감지됩니다.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직접 도구를 만들어 쓰는 PM은 시장에서 점점 희소해지고 있어요. 반면 AI 도구를 쓴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경우는 여전히 많습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종이 등장했습니다
이 흐름을 상징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덕트 엔지니어(Product Engineer)입니다.
PM(기획)과 개발자(엔지니어)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직종인데요. 2025년 휴먼X AI 콘퍼런스에서 젠코더 CEO 앤드루 필레브는 바이브 코딩이 PM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계를 허물며 프로덕트 엔지니어의 등장을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도구로 기획부터 개발까지 혼자서 끝내는 사람이 실제로 생겨나고 있다는 거죠.
앤트로픽의 성장 총괄 아몰 아바사레도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가 엔지니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고, 그 결과 PM과 디자이너가 더 큰 개발 조직을 떠받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팀 규모는 유지되는데 산출물이 급증하고 있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량으로 CLI 도구 숙련도(터미널 명령어를 다루는 능력), 엔지니어링 기초 실력, 명확한 의사소통 능력을 꼽습니다. 특히 AI가 의도를 추론하지 못하고 지시사항을 정확히 따르는 특성상, 명확하게 말하고 쓰는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결국 AI를 잘 활용한다는 건 챗봇을 잘 쓰는 게 아니라, AI를 지휘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뭘 해야 할까요?
Singhal의 핵심 조언은 하나입니다. 만드는 일에서 기쁨을 찾아라.
AI 도구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는 첫 번째 순간이 옵니다. 집안 조명을 제어하는 앱을 만들었거나, 내 업무용 보조 도구를 만들었거나, 반복되는 보고서를 자동화했거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순간이 오면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전환이 일어납니다.
당장 실행해볼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정리해드릴게요.
첫째, 이번 주 회의 중 하나를 골라서 정리, 전달에 쓰던 시간을 AI 도구로 자동화해보세요. 회의 요약, 이슈 정리, 상태 보고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둘째, 가장 작은 빌드 프로젝트 하나를 정하고 이번 주 안에 작동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세요. 업무용이든 개인용이든, 동작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 자체가 중요합니다. 셋째, 내 역할에서 판단이 필요했던 순간을 명시적으로 기록해보세요.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 결정이 왜 AI에게 맡길 수 없었는지를 정리하면 내 역할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변화가 두렵지 않아지는 건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마무리
AI 시대 PM 생존 공식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에서, 뭔가를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것. 거창한 전환이 아니라, 이번 주 작은 실험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 내 하루 중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시간과, 직접 무언가를 만들거나 판단하는 데 쓰는 시간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그 비율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해야 할 일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빌더형 PM은 지금 역대 최고의 기회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문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비즈니스 > 비즈니스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고객을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4가지 층위 (0) | 2026.06.08 |
|---|---|
| AI 챗봇, 그냥 붙이면 망한다? NN/G가 밝힌 10가지 설계 원칙 (1) | 2026.06.08 |
| 💰 B2B SaaS의 딜레마 — 돈 내는 고객이 신규 고객을 망치고 있다고? (0) | 2026.06.07 |
| 🤖 AI가 회사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다 (0) | 2026.05.21 |
| 🎤 사용자 인터뷰, 왜 "대화"여야 하는가? PM이 꼭 알아야 할 5가지 원칙 (0) | 202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