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소프트웨어

SaaS가 죽는 게 아니라, SaaS 사용자가 바뀌고 있다

by DrKo83 2026. 6. 16.
300x250
반응형

"SaaS가 죽는다"는 말, 요즘 많이 들으셨죠?

솔직히 저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좀 충격이었어요.

"AI가 SaaS를 죽인다." "구독 소프트웨어 시대는 끝났다." "에이전트가 다 대체한다."

트위터(현 X)에서 시작된 이 논쟁이 지금은 실리콘밸리 창업자부터 대기업 CIO까지 번져 있는 상태예요. 실제로 2026년 2월에는 세일즈포스, 어도비, 서비스나우 같은 대형 구독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하루 만에 약 3,000억 달러 가까이 증발하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어요.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이게 진짜 SaaS가 끝나는 게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SaaS를 쓰는 방식과 쓰는 주체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오늘은 이 변화의 정체를 제대로 짚어볼게요.

한 줄 정리: SaaS 플랫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있어요.

SaaS가 뭔지 먼저 짚고 가요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소프트웨어를 한 번 구매해 설치하는 방식 대신, 인터넷으로 빌려 쓰는 구독형 서비스예요. 쉽게 말해 "프로그램을 월정액으로 쓰는 것"이죠.

슬랙, 구글 워크스페이스, 노션, 세일즈포스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동안 SaaS는 "사람 수(좌석, seat)"를 기준으로 요금을 매겼어요. 직원 10명이 쓰면 10개 좌석 요금, 50명이면 50개 좌석 요금. 단순하고 명확한 모델이었죠.

스타티스타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SaaS 시장은 2026년 기준 약 5,122억 달러(약 732조 원) 규모이며 2030년에는 8,875억 달러(약 1,26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요. 파이가 줄어드는 게 아니에요. 근데 파이 안에서 구조가 뒤바뀌고 있는 거예요.

한 줄 정리: SaaS는 지금까지 사람이 직접 로그인해서 쓰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어요.

이제 로그인하는 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진짜 무서운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당신 회사에 영업팀 10명이 있어요. 모두 CRM에 각자 계정을 갖고 로그인해서, 고객 정보 입력하고, 미팅 기록 남기고, 다음 영업 단계를 업데이트하죠. 전형적인 SaaS 좌석 10개 사용 모습이에요.

그런데 이제 AI 에이전트가 등장했어요. 이 에이전트가 미팅 녹취록을 읽고 알아서 CRM에 기록을 남기고, 다음 액션을 추천하고, 고객 상황에 따라 후속 이메일까지 자동으로 작성합니다. 영업 담당자는 이제 CRM을 일주일에 한두 번만 열어서 에이전트가 정리해 놓은 내용을 검토하기만 하면 돼요.

결과적으로 필요한 좌석이 10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거예요.

SaaS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80% 가까이 줄어드는 악몽 같은 상황이죠.

가트너는 2026년 말까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에 AI 에이전트가 통합될 것으로 예측했어요. 2025년 기준으로는 5% 미만이었거든요. 사실상 1년 만에 8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에요.

한 줄 정리: SaaS의 가장 큰 위기는 AI가 소프트웨어 자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좌석 수"가 줄어드는 것이에요.

"SaaS가 죽는다"는 말, 왜 절반은 틀렸을까

여기서 중요한 오해를 짚어야 해요.

"AI 에이전트가 모든 걸 대체한다면 SaaS 자체가 필요 없지 않나?" 이런 생각 드셨을 수 있어요. 근데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SaaS가 존재하는 이유는 화면이 예쁘기 때문이 아니에요. 수십 년간 쌓인 비즈니스 로직, 규제 준수 기능, 감사 기록, 기업 간 연동 데이터가 그 안에 담겨 있거든요. AI 에이전트가 CRM 하나를 이틀 만에 코딩으로 만들 수 있어도, 전 세계 수천 개 기업과의 연동 이력과 신뢰 자산은 복제할 수 없어요.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1,200개 SaaS 구독을 끊고 자체 소프트웨어로 전환했다는 뉴스가 한때 화제가 됐는데요. 이건 극단적인 사례예요. 핵심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담은 '시스템 오브 레코드', 즉 핵심 기록 관리 시스템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여전히 필요하고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2030년까지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이익이 어디에 귀속되느냐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어요. 파이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파이 조각의 크기와 분배가 달라지는 거예요.

한 줄 정리: 껍데기(UX)가 얇은 SaaS는 사라지고, 데이터와 비즈니스 로직이 깊은 SaaS는 AI가 배포되는 관문이 됩니다.

에이전트도 결국 화면을 통해 일한다

많은 분들이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 API만 살아남고 화면 UI는 없어진다"고 생각하세요. 근데 현실은 좀 달라요.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API가 없거나, 있어도 전체 기능의 40% 정도만 커버해요. 보험, 물류, 헬스케어 분야의 버티컬 SaaS는 여전히 사람이 쓰도록 설계된 화면에 묶여 있죠.

그래서 AI 에이전트들은 사람처럼 브라우저를 열고, 로그인하고, 화면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요. 클로드 인 크롬(Claude in Chrome)처럼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는 에이전트가 이미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게 만드는 새로운 설계 과제가 있어요.

"눈이 있는 사람과 눈이 없는 에이전트, 두 종류의 사용자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2026년 이후 SaaS를 만드는 팀이라면, MCP 서버(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와 대화하는 표준 프로토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한 줄 정리: 예쁜 화면은 에이전트에게 무의미하지만, 화면 자체를 없애면 안 돼요. 에이전트도 화면을 통해 일하니까요.

코딩 방식도 극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SaaS 사용자가 바뀌는 것만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어요. 요즘 개발 업계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거든요.

첫 번째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에요. AI에게 만들고 싶은 걸 말로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짜주는 방식이에요. 비개발자도 아이디어를 바로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어서, Bolt, Lovable, Replit 같은 플랫폼이 이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스펙 주도 개발(Spec-Driven Development, SDD)이에요. 코딩에 바로 뛰어드는 대신, 먼저 요구사항 문서와 설계 명세를 AI와 함께 작성한 뒤에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이에요. AWS의 Kiro, GitHub의 Spec Kit이 이 방식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 둘은 대립하는 게 아니에요. 바이브 코딩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 때 강하고, 스펙 주도 개발은 운영 환경에 올라갈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 때 적합해요.

실제 현장에서는 "바이브로 빠르게 만들어보고, 스펙으로 단단하게 다듬는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어요.

한 줄 정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이 "사람이 코딩"에서 "사람이 방향을 잡고 AI가 코딩"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과금 모델, 지금 가장 민감하게 바뀌고 있는 부분

SaaS 산업에서 실무 담당자에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과금 구조예요.

지금까지는 단순했어요. 직원 한 명 = 좌석 하나 = 월 얼마. 그런데 AI 에이전트 한 개가 직원 열다섯 명분의 일을 한다면? 좌석 1개로 사용하는 게 맞을까요, 15개로 봐야 할까요?

업계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좌석 수 기반에서 벗어나, 처리한 작업 수, 완료된 워크플로우 수, 또는 성과 기반 과금(outcome-based pricing) 방식으로 전환이 진행 중이에요. 시에라(Sierra)처럼 결과가 나왔을 때만 요금을 청구하는 모델도 주목받고 있죠.

기업용 AI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 약 15억 달러에서 2030년 약 418억 달러, 우리 돈으로 6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에요. 5년 만에 약 28배 커지는 거예요.

한 줄 정리: 앞으로 SaaS 도입 결정을 내릴 때 "우리 팀 몇 명이 쓸 거야?"가 아니라 "에이전트 몇 개를 이 시스템에 붙일 거야?"가 핵심 질문이 돼요.

B2B SaaS를 만드는 입장에서, 지금 해야 할 것들

특히 보험, 핀테크, 헬스케어처럼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 버티컬 SaaS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입장이라면 지금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 번째, 데이터와 비즈니스 로직을 깊게 쌓는 게 유일한 방어선이에요. 예쁜 화면이나 부드러운 온보딩은 에이전트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쌓아온 데이터 모델과 업무 규칙이 경쟁력의 원천이 됩니다.

두 번째, API와 MCP 서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요. 에이전트가 내 플랫폼과 연결되려면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접점이 있어야 해요. 이게 없으면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조용히 소외됩니다.

세 번째, 과금 모델 변화를 미리 설계해야 해요. 고객사가 에이전트를 도입하면서 사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금부터 시나리오를 그려두지 않으면 나중에 당황하게 됩니다.

한 줄 정리: 지금 B2B SaaS를 만드는 팀이라면, 사람과 에이전트 두 종류의 사용자를 모두 설계해야 살아남아요.

마무리

정리하면 이래요.

SaaS 플랫폼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AI가 배포되는 핵심 관문이 되면서, 데이터와 비즈니스 로직이 깊은 플랫폼은 더 강해질 거예요. 다만 그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줄고, 에이전트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과금 구조와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중이에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도 마찬가지예요. 바이브 코딩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스펙 주도 개발로 단단하게 완성하는 두 가지 리듬이 공존하는 시대가 왔어요.

지금 이 변화를 먼저 보고 준비하는 팀이 3년 후 생존자가 됩니다. SaaS를 만들든, SaaS를 사용하든,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되는 세상을 지금부터 설계해야 할 때예요.

300x25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