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T트렌드

API 1,000개 시대, 당신의 회사는 지금 몇 개를 관리하고 있나요?

by DrKo83 2026. 7. 10.
300x250
반응형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팀에 "환불 처리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개발자가 "어떤 API 써야 하는지 찾아봐야 해요"라고 답하는 상황이요. 저도 스타트업에서 여러 플랫폼을 기획하면서 비슷한 순간을 자주 마주칩니다. API가 하나둘 늘어날 때는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어느 순간 수백 개가 쌓이면 그때부터는 관리가 아니라 생존의 영역이 되더라구요.

오늘은 이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접근법, 비즈니스 역량(Business Capability) 설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개발자뿐 아니라 기획자, 창업자, 서비스 운영자라면 한 번쯍은 꼭 짚고 가야 할 주제예요.

API 스프롤이 대체 뭔가요

API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끼리 대화하는 통로입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우리 앱과 카카오페이 서버가 주고받는 게 바로 API통신이죠.

문제는 이 API가 조직 안에서 통제 없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이걸 API 스프롤이라고 부르는데요, 원래 스프롤은 도시가 계획 없이 외곽으로 마구 퍼져나가는 걸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API도 딱 그렇습니다. 처음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전체 지도를 아무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려요.

실제로 직원 1만 명 이상인 대기업 중 절반 이상이 1,000개 이상의 API를 운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API 하나당 평균 10개 정도의 세부 작업이 딸려있다고 하면, 관리 대상이 1만 개에 달한다는 뜻이에요. 이쯘 되면 관리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죠.

한 줄 정리, API 스프롤은 만들기는 쉽고 관리는 어렵고 찾기는 더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더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흔한 오해

API 문제가 생기면 다들 문서화를 더 잘하자, 표준을 더 잘 정하자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오해가 하나 있어요.

API 작업 단위는 철저히 기술 중심으로 정의됩니다. "거래 ID로 트랜잭션 조회", "계좌 잔액 반환" 이런 식이죠. 이 각각을 다 알고 있어도, 기획자나 운영자 입장에서는 환불 처리라는 비즈니스 목표를 위해 어떤 API를 어떤 순서로 불러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재사용이 안 된다는 점이에요. 원하는 API를 못 찾으면 그냥 새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기능을 하는 API가 여러 팀에 걸쳐 조금씩 다른 형태로 늘어나고, 관리 비용은 두세 배로 불어나요.

저도 예전에 팀에서 이미 있는 기능인지 모르고 새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겹치는 걸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힘 빠지더라구요.

한 줄 정리, API를 더 많이 더 잘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방향입니다.

핵심은 비즈니스 역량으로 묶는 것

해결책은 API 작업 단위를 비즈니스 역량으로 묶는 겁니다. 비즈니스 역량이란 특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 단위예요. 예를 들어 환불 처리가 하나의 역량입니다. 이 안에는 권한 확인, 거래 내역 조회, 금액 이체, 결과 통보 같은 여러 기술적 호출이 포함되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그걸 일일이 알 필요가 없어요.

비즈니스 역량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술에 독립적이에요. 결제 공급사가 바뀌어도 역량의 이름은 그대로 환불 처리입니다. 뒷단만 교체하면 되죠.

둘째,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환불 처리 역량이 뭘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셋째, AI 에이전트와 정말 잘 맞습니다. AI 자동화 도구는 복잡한 기술 경로보다 명확한 이름과 목적을 가진 역량을 훨씬 쉽게 실행합니다. 이게 지금 시점에 특히 중요한 포인트예요.

한 줄 정리, 비즈니스 역량은 기술과 비즈니스를 잇는 번역기이고, AI 시대에는 이 가치가 더 커집니다.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나요

구현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퍼사드 패턴, 래퍼 방식입니다. 기존 여러 API를 하나의 새 API로 감싸는 방법이에요. 명확하고 단순하지만, 나중에 수정할 때 비용이 꽤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워크플로우 방식입니다. 기존 API들을 시각적이고 선언적으로 연결해서 역량을 표현해요. 코드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흐름을 바꿀 수 있어서 훨씬 유연합니다.

워크플로우 방식에는 오픈소스인 Arazzo, n8n이 있고, 상용 제품으로는 Zapier, Tray.io가 대표적이에요. 특히 AI 에이전트는 워크플로우 방식을 잘 이해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AI 도입을 고민하는 조직이라면 워크플로우 쪽이 더 좋은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줄 정리, 워크플로우 방식이 더 유연하고 AI 친화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퍼사드 방식도 충분히 실용적입니다.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한국의 API 관리 시장은 2035년까지 연평균 18.51퍼센트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AI 에이전트의 확산이에요. 실제로 IDC 조사에 따르면 생성AI를 실무에 도입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API 사용량이 5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수천 개의 기술적 API 목록을 통째로 받으면 어떨까요. 사람도 헷갈리는 걸 AI도 똑같이 헤맵니다. 반면 명확한 이름과 목적을 가진 비즈니스 역량 목록을 주면, AI는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역량을 찾아 실행할 수 있어요. 환불 처리를 요청받은 AI가 수천 개 API를 뒤지는 대신, 환불 처리 역량을 바로 실행하는 것처럼요.

한 줄 정리, API를 비즈니스 역량으로 재정비하는 것은 곧 AI 도입 준비와 같은 말입니다.

쉬운 길은 아닙니다

비즈니스 역량 설계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쉬운 길은 아니에요. 현장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솔직하게 짚어야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적절한 범위 설정입니다. 역량이 너무 크면 쓸모가 없고, 너무 잘게 쪼개면 원래 스프롤 문제가 재현돼요. 환불 처리와 부분 환불 처리를 따로 만들어야 할지, 이 경계를 정하려면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탐색 비용이에요. 역량 하나 만들기 전에 기존에 뭔가 있는지 먼저 찾아야 하는데, 레거시 코드와 문서가 정리 안 되어 있으면 이 탐색만으로도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마지막은 소유권 문제입니다. 하나의 역량이 여러 팀에 걸쳐 있을 때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지 정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요. 강력한 거버넌스가 없으면 역량 스프롤이 API 스프롤을 대체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 줄 정리, 비즈니스 역량 설계는 기술 문제이기 전에 조직 문제입니다. 거버넌스 설계가 먼저 있어야 해요.

마무리

API 1,000개 시대에 필요한 건 더 많은 API가 아니라 더 명확한 역량의 지도입니다. 비즈니스 역량 중심 설계는 API 스프롤을 줄이고, 조직 내 재사용성을 높이고, AI 에이전트가 우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범위 설정, 탐색 비용, 소유권 문제라는 현실적인 벽이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지도를 그리기 시작하느냐, 계속 혼돈 속을 항해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AI가 우리 시스템을 대신 실행하는 시대에, 비즈니스 역량으로 정리된 API는 단순한 기술 자산이 아니라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오늘 여러분의 핵심 서비스 중 딱 하나만이라도 비즈니스 역량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300x25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