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력 있음' = '성공 가능성 있음'이던 시절이 있었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저희 기술력은 자신 있어요"예요.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은 꽤 강력한 무기였어요. 서버가 얼마나 빠른지, 알고리즘이 얼마나 정교한지, 이 기능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그걸로 투자자도 설득하고, 유저도 끌어올 수 있었죠.
근데 지금은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기술은 이미 평준화됐어요.
AWS, GCP, Azure 중 어느 클라우드를 쓰든 성능 차이는 줄었고, 오픈소스 생태계가 풍부해지면서 빠르게 그럴싸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CB인사이츠 분석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원인 1위는 '시장 수요 부재(42%)'이고, 기술력 부족은 상위권에 아예 없어요. 기술은 이미 기본값이 된 거죠.
그러면 다음 전쟁터는 어디였을까요?
모두가 '그로스 해킹'에 눈을 돌렸다
기술력이 평준화되자 스타트업들은 너도나도 유통 전쟁, 즉 그로스 해킹에 뛰어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앱을 깔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바이럴을 만들까, 이게 모든 팀의 화두가 됐죠.
추천인 코드, 리워드 프로그램, 인플루언서 마케팅, 콜드 이메일 캠페인. 온갖 전략들이 쏟아져 나왔고 실제로 효과도 있었어요. 드롭박스가 추천 프로그램 하나로 2년 만에 사용자 수를 100만에서 400만으로 늘린 게 대표적인 사례죠.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어요. 모두가 똑같은 채널을 쓰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거예요. 인스타그램 광고비는 매년 오르고, 이메일 오픈율은 매년 떨어지고, 앱 설치 비용도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한때 혁신적이었던 그로스 전략이 이제는 누구나 하는 당연한 기본값이 돼버린 거예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진짜 문제
2025년 기준으로 디지털 마케팅의 효율성은 4~5년 전에 비해 확연히 하락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예요. 같은 예산을 써도 예전만큼의 성과가 나오질 않는 거죠.
더 큰 문제는, 바이럴 한 번 탔다고 해서 회사가 안정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오늘의 화제가 내일이면 잊혀지는 시대니까요. 반짝 성과를 냈는데 리텐션이 낮아서 다음 달에 사용자가 반토막 나는 경험, 해보셨거나 주변에서 본 적 있으시죠?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할까요? 기술도 아니고, 그로스도 한계에 부딪혔다면, 다음 단계는 대체 뭘까요?
답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강하게 동의하는 방향이 있어요. 바로 테크 스타트업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처럼 진화해야 한다는 거예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뭔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사람들의 정체성과 연결된 브랜드예요.
나이키를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건 단순히 발이 편해서가 아니에요. "Just Do It"이라는 철학, 도전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삶의 태도를 표현하는 거예요. 애플도 마찬가지예요. 아이폰을 쓴다는 건 단지 스마트폰을 쓰는 게 아니라, 디자인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예요.
테크 브랜드 중에서도 이미 라이프스타일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요. 바로 노션이에요. 2023년 기준 노션 사용자는 3천만 명을 넘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단순히 앱을 쓰는 게 아니에요. 노션 템플릿을 유튜브에 올리고, 노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나는 노션으로 일해요"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해요. 이건 생산성 툴을 훨씬 넘어선 거죠.
왜 테크 업계는 여기서 뒤처져 왔을까
솔직히 말하면 테크 업계는 전통적으로 브랜드 경험에 약했어요. 기능이 잘 작동하면 그게 전부라는 문화가 있었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요.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딱히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으니까요. 일단 되기만 하면 쓰던 시절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 소비자는 달라요. 2025년 소비 트렌드 리포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하나 있어요. MZ세대, 특히 Z세대는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브랜드를 사요.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 철학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하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봐요.
트렌드코리아 등 여러 리포트에서 언급하는 2025년 소비 키워드인 '옴니보어'도 같은 맥락이에요. 소비자를 나이나 성별로 묶는 게 아니라, 취향과 가치관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브랜드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하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까
예쁜 UI 하나 만드는 거, 멋진 런칭 영상 하나 찍는 거로는 안 돼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다는 건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거예요.
제품 디자인, 고객 서비스, 채용 공고, 마케팅 메시지, 심지어 직원들이 SNS에 올리는 글까지. 모든 게 하나의 철학으로 연결돼 있어야 해요.
파타고니아가 좋은 예예요.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철학을 브랜드 전체에 녹여냈어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중고 제품 거래를 장려하고, 심지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까지 냈어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니까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그 브랜드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국내 사례로는 시몬스가 있어요. 침대 브랜드인데 침대가 없는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게 오히려 "우리는 단순히 침대를 파는 게 아니에요"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거죠.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 경험을 더 앞세운 전략이에요.
사람들은 디테일을 정말 잘 안다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면 재밌는 현상이 생겨요. 팬들이 작은 변화도 바로 알아차리기 시작해요.
애플이 새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기능 하나하나보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지를 팬들이 지켜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충성 고객이 되고, 자발적으로 전도사가 되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런 충성 고객은 획득 비용이 0에 수렴해요. 그로스 해킹에 아무리 돈을 써도 얻기 어려운 사람들인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불러 모아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리텐션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생기는 거예요.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가는 게 마케팅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에요.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어떤 채용을 해야 하는지도 흔들려요. 어떤 기능을 개발할지도 방향을 잡기 어렵고, 고객 응대도 일관성이 없어지죠. 반대로 브랜드 철학이 명확한 회사는 의사결정이 빨라져요. "이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냐 아니냐"로 많은 결정이 단순해지거든요.
스타트업 브랜딩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에요. 브랜드 전략은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과정 그 자체라는 거예요.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채용, 커뮤니케이션. 모든 것이 하나의 브랜드 철학 안에서 움직여야 하죠.
결국 다음 시대를 이끄는 브랜드의 조건은 하나다
기술이 기본값이 된 시대, 그로스 효율이 하락하는 시대. 이 안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가장 시끄러운 브랜드가 아니에요.
제품이 말하는 것, 마케팅이 말하는 것, 창업자가 말하는 것, 직원들이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게 일치하는 브랜드가 이기는 거예요.
사람들은 기능 때문에 쓰기 시작하지만, 브랜드 때문에 계속 써요. "나는 노션을 써요", "나는 피그마로 디자인해요". 이 말들이 단순한 툴 선택을 넘어서 자신의 일하는 방식, 창작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이 돼가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테크 스타트업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는 흐름이 올 거예요.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 서려면, 지금부터 브랜드 철학을 깊게 고민하고 회사 전체에 내재화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해요.
마무리
기술도 필요하고, 그로스도 해야 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어요. 다음 시대를 이끄는 스타트업은 사람들의 삶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될 거예요.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그 제품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처음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지금 내 브랜드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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