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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 창업 초기, 빠르게 만들면 망한다? 기능을 덜어야 살아남는 이유

by DrKo83 2026.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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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빠르게 만들어라"는 조언,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창업을 시작하면 주변에서 귀가 닳도록 이런 말을 들으시게 될 거예요. "완벽한 제품보다 빠른 제품이 낫다", "일단 출시해라", "만들면서 배워라." 그런데 막상 만들다 보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기능이 자꾸 늘어나요.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고, 디자인도 조금만 더 다듬고 싶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서너 달이 훌쩍 지나있죠. 처음엔 "3주 안에 출시"를 목표로 했는데, 어느 순간 "이제 한 달만 더"가 반복됩니다.

창업 초기 제품 전략에서 진짜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만드느냐'가 아닙니다. '무엇을 덜어내느냐'예요. 오늘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챗GPT 같은 서비스들이 초기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제품 전략 원칙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MVP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빼기'의 문제입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즉 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개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요.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 방법론으로 유명해진 개념인데요, 핵심 가설만을 빠르게 검증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보면서 개선해나간다는 철학이에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MVP를 오해하시더라고요. "최소한의 기능만 담은 제품이니까 일단 뭐든 하나 만들어서 내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최소한이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하는 거예요.

미국 스타트업 전략가 케이시 윈터스는 핀터레스트, 왓낫 등 여러 회사에서 오래 일하며 직접 공동 창업을 경험했는데요, 거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공동창업자와 자신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는 거예요. 그 차이는 단순히 빠르냐 느리냐가 아니었어요.

핵심은 딱 두 가지 축이에요. 기능을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완성도 있게 낼 것인가. 이걸 '창업자 표면적 행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품이 세상에 드러나는 면적, 즉 기능의 수와 완성도를 어디에 맞출지의 문제예요.

기능을 많이 만들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을까요?

기능을 많이 만들면 분명 장점이 있어요. 동시에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고, 사용자 반응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까요. 실패한 스타트업의 3분의 1은 프로덕트 마켓 핏에 맞지 않는 제품을 만든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여러 기능을 시도해보면 어떤 게 맞는지 더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는 논리예요.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꼭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많이 만들면 그만큼 많이 잘라내야 한다는 거예요.

잘라내는 건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미 만든 기능에는 팀의 시간, 감정, 애착이 담겨 있거든요. 개발팀은 몇 주를 쏟아부었고, 기획자는 고민 끝에 설계했고, 디자이너는 UI를 갈고 닦았어요. 그런 기능을 "이거 사용자 반응이 별로니까 없애자"고 말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팀은 계속 기능을 붙들고 있고, 제품은 점점 무거워지는 거예요.

반면 기능을 최소화하면 잘라낼 것도 없어요. 구조가 가벼운 대신, 뭐가 될지 판단하는 데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챗GPT가 처음 출시됐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텍스트 입력창 하나뿐이었어요. 그 단순함이 오히려 핵심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디자인 완성도, 처음부터 신경 써야 할까요?

기능 수만큼 중요한 게 완성도, 즉 디자인 수준이에요. 2025년 이후 스타트업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는데요, MVP의 기준이 '최소 기능'에서 '최소 품질 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과거엔 "일단 출시했다"가 투자자를 설득하는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리텐션율, 안정성, 크래시율 같은 품질 지표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출시하면 브랜드 인상이 강해지고, 특정 사용자층에게 강한 포지셔닝이 가능해요. 핀터레스트, 스냅챗, 로빈후드가 초기부터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게 대표적인 사례예요.

반대로 페이스북 초기는 투박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이었지만 기능이 엄청났죠. 레딧, 크레이그리스트도 마찬가지예요. 거친 디자인 대신 다양한 기능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셈이에요.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방향을 선택했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방향을 모르면 결국 둘 다 애매하게 가다가 양쪽 다 놓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가 살아남은 진짜 이유

기능을 많이 만들고 실험하는 방식으로 성공하려면 딱 하나의 조건이 필요해요. 잘 되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머지를 과감하게 쳐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의 원래 이름은 '번(Burbn)'이었어요. 위치 기반 소셜 앱이었는데, 그 안에 들어간 사진 필터 기능 하나의 반응이 유독 좋았어요. 창업팀은 나머지 기능을 모두 버리고 사진 필터 하나에 모든 걸 집중했어요. 그게 오늘날의 인스타그램이에요.

핀터레스트도 마찬가지예요. 원래는 쇼핑 앱 '토트(Tote)'에서 시작했는데, 사용자들이 쇼핑보다 저장 기능에 훨씬 열광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창업팀은 기존 앱을 과감히 버리고 저장에만 집중한 새 제품을 만들었죠.

두 사례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겠어요? 잘 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안목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를 버릴 용기가 있었고요. 이 두 가지가 없으면, 히트 기능을 만들어도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이 기능,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기다려야 할까요?

실험한 기능이 잘 안 될 때,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진짜 필요 없는 기능이어서 바로 없애야 하는 경우와, 아직 사용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아서 가치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예요.

소셜 서비스나 커뮤니티 플랫폼처럼 네트워크 기반 제품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기능의 가치가 복리처럼 커지는 구조예요. 채팅 기능이 초기엔 별로인 것 같아도, 100명과 10만 명일 때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요. 이런 기능을 지금 당장 버리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능 하나하나를 이 세 가지 질문으로 점검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첫째, 지금 당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른 걸 줄이고 이것에 집중하세요. 둘째, 지금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늘면 빛날 가능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잠시 보류해도 돼요. 셋째, 우리 장기 비전과 전혀 관계없는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없애야 해요.

단순해 보이는 이 세 질문을, 팀이 함께 앉아서 기능 하나하나에 대입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그냥 있는 것"이라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서비스의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을 정의하는 법

제품의 장기 비전을 명확히 하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우리 회사가 반드시 직접 소유해야 하는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요? 외부 서비스나 경쟁사가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어야 하는 기능이에요. 여기에 해당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버리면 안 됩니다.

우리가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영역은 어디인가요? 꼭 독점할 필요는 없지만, 더 잘하고 싶은 영역의 기능은 계속 키워야 해요.

외부 파트너나 개발자가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영역은 어디인가요? 이 부분은 우리가 굳이 직접 다 만들 필요 없어요.

반대로 우리 플랫폼에 절대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핵심 가치를 흐리거나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요소들이에요.

이 네 질문에 답이 준비돼 있으면, 새로운 기능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훨씬 빠르게 추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요. 판단 기준이 없으면 항상 흔들립니다.

AI 시대일수록 '버리는 결단력'이 더 귀해집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과거에 한 달 걸리던 기능 개발이 일주일 만에도 가능해졌죠.

좋은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능을 너무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만들기 쉬우면 더 많이 만들게 되고, 더 많이 쌓이면 잘라내야 할 부담도 그만큼 커집니다.

국내 AI 스타트업 시장도 2024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고, 제품 간 기능 차이가 굉장히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요. 이럴수록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무엇을 버리느냐'가 차별점이 됩니다.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빠르게 버릴 수 있는 결단력이 더 귀해집니다. 이게 앞으로 창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될 거예요.

마무리

창업 초기는 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버릴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 시간이에요.

기능을 많이 만들면 빠르게 배울 수 있지만, 그만큼 과감하게 잘라낼 수 있어야 해요. 기능을 적게 만들면 구조는 깔끔하지만, 배움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요.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중요한 건 자신이 왜 그 방향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인스타그램도, 핀터레스트도, 챗GPT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들은 잘 되는 게 뭔지 알아챘고, 나머지를 버릴 용기가 있었어요. 지금 만들고 계신 제품에 그 질문을 한번 던져보세요. 이 기능, 정말 필요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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