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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 "데이터 기반 결정"이라고요? 솔직히 말해요, 우리 아무도 안 하고 있어요

by DrKo83 202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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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요즘 어떤 회사를 가도 이런 말 한 번씩은 들으셨을 거예요.

"저희는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합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말이 뭔가 있어 보이고, 스마트하게 들린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솔직하게, 정말 그렇게 하고 계신가요?

저는 19년 넘게 개발자로, 또 사업가로 살아오면서 수십 번의 의사결정 자리에 앉아봤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이 있어요. 진짜로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아니, 뇌과학적으로 그게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오늘은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볼게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경영 컨설팅 회사 NewVantage Partners가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어요. 무려 98.6%가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4%에 그쳤어요.

원하는 사람은 100명 중 99명인데, 실제로 되는 곳은 100명 중 32명뿐이라는 거예요.

왜 이런 갭이 생기는 걸까요? 의지가 부족해서? 시스템이 없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어요.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있는 거거든요.

감정 없이는 결정이 불가능하다, 진짜로

이건 철학이나 심리학 얘기가 아니에요. 뇌과학 얘기예요.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연구한 사례가 있어요. 뇌의 감정 중추가 손상된 환자들인데, 이분들은 IQ도 멀쩡하고 논리적 사고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그런데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못 했어요. 왜냐면 "이걸 선택하면 내가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예측을 전혀 할 수 없었거든요.

즉, 두 선택지 중 어느 게 나에게 더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최종 결정권이 바로 감정이에요.

비즈니스 상황으로 바꿔볼게요. 데이터상으로는 완벽한 계약 조건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 그 느낌을 무시하고 숫자만 보라고요?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왜냐면 그 느낌 자체가 내가 지금껏 쌓아온 수십 년의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보내는 신호이거든요.

감정은 데이터를 방해하는 잡음이 아니에요. 감정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예요.

같은 숫자를 보고 왜 결론이 달라지나요

만약 결정이 진짜로 데이터에 의해서만 이뤄진다면, 같은 데이터를 본 모든 사람은 같은 결론에 도달해야 해요.

근데 현실은요? 같은 전환율 3%를 보고도 마케터 A는 "지난달 2%보다 올랐으니 성공"이라 하고, 마케터 B는 "업계 평균 5%에 비하면 아직 부족"이라고 해요. 둘 다 같은 3%를 보고 있지만 결론은 완전히 정반대예요.

어떤 시간대 데이터를 기준점으로 삼는지, 어떤 수치를 이상치로 볼지, 성공의 기준선을 어디에 두는지. 이 모든 선택이 이미 사람의 판단에서 비롯돼요. 데이터는 객관적이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은 항상 주관적이에요.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게 현실이에요.

우리가 '데이터 기반'이라고 부르는 것의 진짜 정체

심리학에서 이걸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고 불러요. 연구자 지바 쿤다가 정리한 개념인데, 쉽게 말하면 이래요.

우리는 이미 마음속으로 원하는 결론을 갖고 있고, 그걸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찾아다녀요. 원하는 방향의 데이터가 나오면 "믿을 만한 자료야"라고 하고, 반대되는 데이터가 나오면 "표본이 작아서요" 또는 "측정 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요"라고 쳐내요.

그 과정을 다 거친 뒤 이렇게 말하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게 나쁜 게 아니에요.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사고 패턴이에요. 문제는 이걸 인식하지 못한 채 "나는 완전히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믿는 데 있어요.

비즈니스에서도 똑같아요. 클라이언트가 제안서를 검토할 때 내리는 결정은 사실 첫 미팅에서 이미 감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후의 스펙 비교, 가격 비교, 레퍼런스 확인 이런 것들은 그 결정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인 거예요.

그렇다면 직관과 경험은 쓸모없는 건가요

전혀요. 오히려 반대예요.

현실 비즈니스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타이밍은 늘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기 전에 와요. 시장은 수시로 바뀌고, 경쟁자는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고, 팀원들은 가끔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그 불확실한 순간에 최종 판단을 내리는 건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의 판단에는 경험과 직관과 감정이 함께 작동해요.

경력 20년 차 베테랑의 '감'이 신입의 꼼꼼한 데이터 분석보다 정확할 때가 왜 있는지 아세요? 그 감이 사실은 수십 년의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패턴을 읽어낸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직관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럼 데이터는 왜 필요한가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데이터가 필요 없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데이터는 정말 중요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패턴을 보여주고, 우리의 가정이 틀렸을 때 교정해주고, 막연한 직관을 검증해줘요. 설비 고장을 데이터로 예측해 미리 대응한 기업들이 고장 발생률을 70%나 줄였다는 사례처럼, 데이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성과들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데이터는 내비게이션이지 운전자가 아니에요.

내비게이션이 "300미터 후 좌회전"이라고 해도, 도로가 공사 중인지 차가 막히는지를 보고 핸들을 꺾는 건 운전자예요. 정보를 주고 선택지를 좁혀주지만, 최종 결정권은 사람에게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아니라, '데이터를 참고한 의사결정'이에요. 이 차이, 생각보다 훨씬 커요.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자기 점검 질문 4가지

그럼 실제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데이터를 보기 전에, 또는 결론을 내리기 직전에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첫째, "내가 원하는 결론이 뭔지 먼저 의식하고 있나?" 이미 답을 정해놓고 데이터를 찾는 건 아닌지 점검하는 거예요.

둘째, "내가 무서워하는 게 뭔가?" 실패가 두려워서, 또는 책임지기 싫어서 데이터를 방패로 쓰고 있는 건 아닌지요.

셋째,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보고 있고, 왜 그 지표인가?" 내가 보기 편한 숫자만 골라서 보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요.

넷째, "이 결정으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정당화하려는 건가?" 이게 가장 핵심이에요.

이 질문들을 꾸준히 던지는 사람이 진짜로 데이터를 잘 쓰는 사람이에요. 데이터를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요. 좋은 의사결정자는 데이터를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편향을 먼저 인식하는 사람이에요.

AI 시대에 이게 더 중요해지는 이유

2025년 현재, AI 툴과 데이터 분석 자동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어요.

AI가 분석 결과를 척척 내놓으면, 사람들은 그걸 더 쉽게 '객관적 데이터'로 받아들여요. 하지만 그 AI의 분석 모델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켰는지, 어떤 가중치를 부여했는지는 모두 사람이 결정한 거예요. 결국 AI의 결론 속에도 사람의 판단과 편향이 녹아들어 있어요.

AI 시대일수록 데이터 리터러시, 즉 데이터를 읽는 능력보다 내 편향을 인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예요.

마무리

정리해볼게요.

아무도 완전히 데이터 기반으로만 결정하지 않아요. 뇌과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그건 거의 불가능해요. 데이터를 해석하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는 항상 감정과 경험과 직관이 함께 작동하거든요.

중요한 건 그걸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게 아니에요. 인식하고 활용하는 거예요.

감정은 수십 년의 경험이 압축된 신호예요. 직관은 무의식이 계산해낸 패턴 인식이에요. 그리고 데이터는 그 감정과 직관을 검증하고 보완해주는 도구예요. 세 가지를 함께 쓸 때 진짜 좋은 결정이 나와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말이 멋있어 보인다고 그 말 뒤에 숨으면 안 돼요. 데이터는 조연이고, 결정을 내리는 당신이 주연이에요.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진짜 실력 있는 리더의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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