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를 차렸는데 몇 달 만에 그게 의미 없어졌어요"
이 한 문장이 요즘 AI 커뮤니티에서 조용히 화제가 됐어요.
미국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쓴 에세이, "Starting a Company at the Beginning of the Exponential(지수 성장의 시작점에서 회사를 창업하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단 4개월의 기록이에요. 근데 그 4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 정말 놀랍습니다.
저는 19년 차 개발자 출신으로, 지금은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에서 플랫폼 기획을 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읽으면서 "이거 남의 이야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이 창업자의 4개월 여정을 꼼꼼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AGI 시대, 창업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걸 이제 경험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2025년 11월, "이 속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 싶었던 순간
이 창업자는 형제와 함께 스타트업을 준비했어요. 헤지펀드 업계 전문가들과 연결되고, 기술력, 도메인 지식, 고객 네트워크까지 갖췄습니다. 성공에 필요한 건 속도뿐이라고 생각할 만한 조건이었죠.
그때 Cursor라는 AI 코딩 도구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Kalshi, Polymarket, 트위터, 유튜브, 뉴스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대규모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몇 주 만에 완성했습니다. 1년 전이었다면 몇 달은 걸렸을 작업이었어요.
"몇 달 → 몇 주". 숫자로 보면 생산성이 4~8배 빨라진 거잖아요. 당시엔 그게 엄청나다고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시작에 불과했어요.
2025년 12월, "일주일에 앱을 7번 전면 재설계했습니다"
12월, AI 모델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됩니다.
이때부터 이 팀은 일주일에 앱을 7번 전면 재설계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매주 월요일 새로운 제품 구조로 시작하고, 그 주에 세 번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일곱 번 앱을 다시 설계한 거예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기획-설계-개발-테스트-배포 한 사이클이 보통 최소 수 주는 걸리잖아요. 그걸 하루 단위로,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한다는 건 기존 개발 방식 자체가 무색해진 거예요.
"11월에 한 주 걸리던 구현이 12월엔 하루가 됐다."
이 한 문장이 12월의 모든 걸 설명해요. 속도가 빨라진 게 아니라 시간의 단위가 통째로 바뀐 거예요.
2026년 1월, "우리가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실존적 위기
1월에 또 한 번 AI 모델이 도약합니다. 코딩이 더 이상 수동 작업이 아니게 됐어요.
이 팀은 하루에 최소 한 번씩 "실존적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고 해요. 질문은 단순했어요. "인터페이스가 여전히 의미 있는가?" "우리가 뭘 만들어야 하는가?"
결국 이들은 UI(사용자 화면)를 완전히 버리고 에이전트, 즉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뭔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여전히 뭔가 어긋난 느낌"이라고 표현했어요.
12월에 하루 걸리던 작업이 1월에는 몇 시간으로 줄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시기 글로벌 통계예요.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체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AI 에이전트를 통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5년 현재 5% 미만인 걸 고려하면, 단 1년 만에 8배 증가하는 셈이에요. 이 창업자 팀이 겪은 "뭘 만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은 사실 모든 소프트웨어 창업자들이 직면하게 될 질문이었던 거죠.
2026년 2월, 고객이 전화를 끊어버린 그 순간
이 글의 클라이맥스예요.
AI 모델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한 고객과의 통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해요.
고객이 묻습니다. "잠깐, 이거 그냥 Claude가 하면 안 되는 거야?" 창업자가 반박하려 합니다. "글쎄, 필터링 로직이 꽤 복잡하고, 도메인 특화 맥락이 있어서..." 그런데 설명을 다 하기도 전에 고객이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이들은 밖으로 나와 허드슨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분명했다."
1월에 몇 시간 걸리던 작업이 2월엔 프롬프트 한 줄이 됐거든요. 몇 달 → 몇 주 → 며칠 → 몇 시간 → 프롬프트 한 줄. 이 곡선이 단 4개월 만에 그려진 거예요.
이게 한국 스타트업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이 창업자의 이야기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트너의 수석 부사장 진 알바레즈는 "2026년은 기술 리더에게 전환점이 될 해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혼란, 혁신, 그리고 위험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어요.
국내에서도 상황은 같아요. B2B SaaS, 즉 구독형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이 가장 먼저 이 질문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쓰는 이유가 "AI가 직접 해주지 못하는 영역"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거든요.
한 글로벌 컨설팅 펌은 "생성형 AI로 개발자 생산성이 30% 향상됐지만, 에이전틱 AI 도입 후에는 200% 향상됐다"고 보고했어요. 개발자 입장에서 생산성이 10배가 아니라 100배 수준으로 뛰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시대가 된 거예요.
사람들이 놓치는 것, "소프트웨어가 죽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소프트웨어가 죽었다"는 말을 "개발자가 필요 없어졌다"고 해석하면 안 돼요. 이 창업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조금 달라요.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끝났다는 거예요. 예전엔 "우리 팀은 코드를 빠르게 잘 짠다"는 것 자체가 무기였잖아요. 근데 이제 AI가 그걸 똑같이, 아니 더 빠르게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남는 질문은 하나예요. "그래서 당신이 풀려는 문제가 뭔데요?"
YC(와이콤비네이터) 포트폴리오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만 최소 9개 스타트업이 보험, 컨설팅, HR, 회계, 모기지 대출,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풀스택 AI 기업으로 포지셔닝했어요. 이들은 모두 높은 인건비와 상당한 수작업 프로세스가 특징인 산업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아니라, 결과를 파는 방향으로 전환한 거예요.
그렇다면 AGI 시대에 살아남는 사업은 무엇인가
이 창업자는 결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AI가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 지평의 문제를 찾아야 한다."
AI가 자동화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있어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신뢰 기반의 관계. 보험이나 헬스케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핵심인 산업이에요. AI가 보험 상품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고객이 설계사를 믿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그 순간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워요.
둘째, 규제 영역. 법적 책임, 인허가, 컴플라이언스가 걸린 영역은 AI가 단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의 규제, 의료기관 인증, 이런 것들은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 자체가 법으로 묶여 있거든요.
셋째, 현장 맥락. 특정 산업의 암묵지, 즉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장 노하우가 쌓인 영역이에요. 수십 년간 GA(법인보험대리점) 업무를 해온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맥락들 말이에요.
한국 인슈어테크나 헬스케어 CRM 분야가 바로 이 세 가지가 겹치는 곳이에요. 보험 설계사와 고객 간의 신뢰, 금융당국의 규제, 그리고 수십 년간 쌓인 GA 업무 관행. 이런 영역은 AI가 "프롬프트 한 줄"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기도 해요.
지수 성장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직접 살아봐야 압니다
이 창업자의 마지막 말이 오래 남아요.
"지수 성장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직접 살아봐야 안다. 나는 AGI를 믿는 사람이었는데도 이 속도에 충격받았다. 빌더들이 먼저 느꼈고, 나머지 세계는 이제 막 경험하려 한다."
어느 순간까지는 기존 시스템 안에서의 개선으로 느껴지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구조 자체가 바뀝니다. 개구리가 서서히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못하는 것처럼요.
우리는 지금 "AI가 편리한 도구"에서 "AI가 사업 모델을 위협하는 구조 변화"로 넘어가는 임계점 위에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스타트업 창업자이든, 기획자이든, 개발자이든, "내가 하는 일이 AI로 대체될 때 나는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금 당장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변화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마세요. 그들이 겪은 임계점이 당신의 산업에도 반드시 옵니다.
마무리
불과 4개월. 2025년 11월에서 2026년 2월까지, 한 스타트업 팀은 "몇 달 → 몇 주 → 며칠 → 몇 시간 → 프롬프트 한 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살아냈습니다. 이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한 질문이에요.
AGI는 코드를 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GI가 짤 수 없는 이유, 즉 인간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거예요.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것보다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 이제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그 문제를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음 시대의 창업자가 될 거예요.
지금 여러분의 사업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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