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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헬스케어

귀가 들리지 않던 아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유전자 치료의 시대

by DrKo83 202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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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수많은 부모들의 질문

선천성 난청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질문을 해봤을 거예요. 인공와우가 있긴 하지만, 아이 귀에 기기를 심는 수술이라는 부담감,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소리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는 한계까지. 모든 게 쉽지 않죠.

그런데 최근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이 등장했어요. "유전자 자체를 고쳐서, 본인의 귀로 직접 듣게 한다"는 개념의 치료법이 실제 임상에서 성과를 냈거든요. 단순한 연구 가설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로 소리를 듣게 된 이야기예요.

선천성 난청의 원인, 사실 하나의 단백질에서 시작돼요

선천성 난청은 원인이 다양해요. 그중에서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이 있는데, 바로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청이에요.

우리 귀 안에는 '유모세포'라는 감각세포가 있어요. 소리를 감지해서 청신경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녀석인데, 이때 꼭 필요한 단백질이 바로 '오토페를린'이에요. 그런데 OTOF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이 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유모세포가 소리를 감지해도 청신경으로 신호가 넘어가지 않는 거예요. 결국 심각한 난청이 생기는 거죠.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OTOF 유전자 변이의 특정 유형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2025년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 연구팀도 한국인에게 흔한 OTOF 변이 난청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발표한 바 있어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 분야는 특히 주목할 만해요.

DB-OTO, "유전자를 귀에 배달한다"는 개념

이걸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DB-OTO라는 유전자 치료제예요. 이름이 좀 낯설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제대로 작동하는 OTOF 유전자를, 안전한 바이러스에 실어서 귀 안에 배달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 AAV 계열이에요. 이 바이러스가 정상 OTOF 유전자 코드를 품고, 달팽이관 안의 정확한 위치까지 들어가서 유전자를 풀어놓는 거예요.

중요한 건 아무 세포에나 유전자가 풀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Myo15 프로모터'라는 DNA 서열을 함께 넣어줘요. 이게 일종의 주소 역할을 해서, 오직 달팽이관의 유모세포에서만 오토페를린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조절하는 거예요. 기술적으로도 꽤 정교한 설계죠.

치료 방식은 내이에 직접 주입하는 수술적 접근인데, 한 번 투여로 효과가 지속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12명 중 11명이 소리를 듣게 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생후 10개월부터 16세까지의 선천성 난청 소아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어요. 생후 10개월이라는 나이는 정말 어린 거잖아요. 그 어린 아기도 치료 대상이었다는 게 이 연구의 목표를 잘 보여줘요.

결과가 놀라웠어요. 12명 중 11명이 몇 주 안에 청력이 개선되기 시작했어요. 그 중 9명은 더 이상 인공와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청력을 회복했고, 6명은 작은 소리의 말소리도 감지할 수 있게 됐어요. 심지어 3명은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해요. 속삭임을 듣는다는 건 사실상 정상 청력 수준이에요.

더 중요한 건, 이렇게 회복된 청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는 거예요. 일시적인 개선이 아니라는 뜻이죠. 연구 결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주도해서 국제학술지 NEJM에 게재됐어요.

이 치료를 주도한 건 리제네론이라는 회사예요

DB-OTO를 개발한 건 리제네론(Regeneron)이라는 바이오제약 기업이에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로도 잘 알려진 회사인데, 유전자 및 항체 치료제 분야에서 꽤 오랜 연구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리제네론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원인의 유전성 난청에도 이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해요. 유전성 난청과 연관된 유전자가 100개가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나의 전달 플랫폼(AAV 기반 바이러스 벡터)을 여러 유형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인 거죠.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는 이런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한 번 개발한 기술 인프라를 여러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면 개발 비용도 낮추고 시장 확장성도 커지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놓치는 부분, 졸겐스마와의 비교

DB-OTO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비교 대상이 있어요. 바로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예요.

졸겐스마도 동일한 방식,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예요. 한 번 투여로 평생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근데 가격이 한 번 치료에 약 23억 원대예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이거예요.

DB-OTO도 비슷한 방식이다 보니, 상용화됐을 때 가격 문제가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개발 비용이 엄청나고 제조 공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나 정부 지원 없이는 일반 가정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어요.

치료의 성공 가능성보다 접근성 문제가 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분야를 볼 때 항상 함께 고민해야 해요.

한국 입장에서 이 연구가 특히 중요한 이유

한국에서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 1,000명당 1~3명 정도 발생해요. 적지 않은 숫자예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인에게 흔한 OTOF 유전자 변이 유형이 따로 있어요.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25년에 이걸 별도로 연구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즉, 글로벌에서 개발된 DB-OTO가 한국인 환자에게도 유효할 수 있는지, 아니면 한국인 특이적 변이에 맞게 별도의 치료 전략이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이미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라는 거예요. 이 분야가 단순히 해외 이슈가 아니라 우리 의료 현장과 직결된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아직 실험 단계, 하지만 방향은 이미 바뀌었어요

DB-OTO는 현재 규제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요. 미국 FDA나 유럽 EMA 같은 기관의 정식 승인을 받으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고, 장기 안전성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해요.

임상 등록 계획을 보면 2031년까지 추적 관찰을 이어가는 긴 여정이에요. 유전자를 직접 다루는 치료인 만큼, 5년 후 10년 후에도 부작용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분명한 건, 난청 치료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보조 기기로 돕자"에서 "근본 원인을 고쳐서 본인의 귀로 듣게 하자"로요. 유전자 치료 시장 자체도 2023년 기준 약 7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엔 3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마무리

DB-OTO의 초기 임상 결과는 단순한 의학 뉴스가 아니에요. "선천성 난청은 고칠 수 없다"는 오랜 고정관념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이거든요. 12명 중 11명이 청력을 되찾았고, 그 중 일부는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됐어요. 한 번의 치료로요.

가격 문제, 접근성 문제, 장기 안전성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아요. 하지만 방향은 이미 바뀌었어요. 앞으로 몇 년 안에 유전자 치료가 선천성 난청 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날이 오면, 그 첫 발걸음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고 기억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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