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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AI 시대 스타트업 전략, 빠른 실행보다 큐레이션과 시장 관점(POV)이 중요한 이유

by DrKo83 202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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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들 이런 고민 하시죠

요즘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 만나면 신기하게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제품 기획자분들은 "AI가 기획서도 써주고 코드도 짜주는데, 저는 뭘 해야 하죠"라고 물으시고, 영업이나 사업개발 하시는 분들은 "우리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팔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십니다.

저도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에서 플랫폼 PO로 일하면서, 그리고 헬스케어 CRM 제품을 따로 운영하면서 이 두 가지 불안을 동시에 느껴봤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 고민을 정확히 짚어주는 아티클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제품 전략가 라비 메타와 포지셔닝 전문가 에이프릴 던퍼드의 글인데요, 오늘은 이 내용을 제 나름대로 소화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AI가 진짜로 바꿔놓은 것

3년 전만 해도 기획서 한 장 쓰는 데 일주일이 걸렸어요. 프로토타입 하나 만드는 데 스프린트 하나, 그러니까 보통 2주가 필요했죠. 개발자 시간이 워낙 비쌌으니까 뭔가를 만든다는 건 곧 다른 걸 포기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기획서는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나오고, 분기 단위로 걸리던 개발이 며칠로 줄어드는 걸 저도 실무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일을 쉽게 만들었냐고 물으면,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답하고 싶어요. 라비 메타는 이걸 이렇게 표현했더라구요. AI는 우리 일을 더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빨리 진짜 어려운 부분에 데려다 줄 뿐이라고요.

한 줄 정리 : AI는 실행 속도를 줬지만, 방향 없는 빠름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속도만 빠른 팀에서 벌어지는 일

AI 속도를 손에 쥔 팀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이 있어요.

아무도 읽지 않는 기획서가 쌓입니다. 데모조차 못 해본 프로토타입이 늘어나구요. 출시했는데 반응 없는 기능들이 조용히 묵혀집니다. 로드맵은 6주마다 새로 작성되는데, 정작 고객이 뭘 원하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가 반복돼요.

라비 메타는 이걸 움직임이지 발전이 아니라고 꼬집습니다.

원인은 간단해요. PM 역할은 여전히 예전 방식 그대로라는 거죠. RICE, MoSCoW, ICE 같은 우선순위 프레임워크는 개발 비용이 비싸던 시절, 거절을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지금 그대로 쓰는 건 스마트폰 시대에 공중전화 매뉴얼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에 예상 못한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정리 안 된 기능이 많으면 이제 사람만 헷갈리는 게 아니라 AI 에이전트도 헷갈립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AI가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늘고, 엉뚱한 행동을 할 확률도 함께 올라가거든요.

한 줄 정리 : 기능 많은 제품은 이제 사용자와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괴롭힙니다.

PM의 새 역할, 점수 매기는 사람이 아니라 큐레이터

라비 메타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이 큐레이션입니다.

원래 큐레이터는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걸지, 어떻게 배치할지 결정하는 사람이잖아요. 많이 거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것만 골라서 최고의 맥락으로 보여주는 안목 있는 사람이요.

기존 PM이 하던 우선순위 결정은 점수표로 백로그를 줄 세우는 일이었다면, 큐레이션은 "이 기능이 우리 제품에 있어야 하나, 고객의 시간을 받을 자격이 있나, 회사 전략과 이어지나"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느낌이 다르시죠. 우선순위 결정은 기계적이고, 큐레이션은 고객 집착과 확신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어요. 좋은 큐레이션에는 반드시 증거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목소리가 항상 이기는 구조, 그러니까 CEO나 시니어가 새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팀 전체가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AI 시대 팀에서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이라고 해요. 저도 이 부분은 여러 번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한 줄 정리 : 좋은 PM은 점수 매기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 있는 안목을 가진 큐레이터입니다.

이제 세일즈 이야기, 기능 나열은 더 이상 안 먹힙니다

PM이 제품 내부를 향해 큐레이션을 한다면, 사업팀과 마케팅팀은 외부를 향해 다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에이프릴 던퍼드는 B2B 구매자의 심리를 이렇게 설명해요. 제조업, 병원, 보험사, 유통사 담당자들은 링크드인이나 커뮤니티에서 AI 관련 핫테이크를 매일 읽지 않습니다. 그게 그분들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솔루션을 검토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건 공부입니다. 그런데 정보가 워낙 넘쳐서 뭘 믿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에요. 실제로 최근 B2B 벤치마크 조사를 보면, 구매자들은 영업 담당자와 대화하는 시간에는 구매 여정의 극히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스스로 조사하고 동료에게 검증받는 데 쓴다고 합니다.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생성형 AI를 대놓고 활용하는 브랜드보다는, 신중하게 검증된 메시지를 주는 곳을 더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구요.

결국 이 구매자들이 영업 현장에서 듣고 싶은 건 기능 목록이 아니에요. "이 회사는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이걸 사도 5년 뒤에 후회 안 할까"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게 바로 시장 관점, 흔히 말하는 POV입니다.

한 줄 정리 : 구매자는 기능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사고 싶어 합니다.

빅테크는 POV를 이렇게 씁니다

실제 사례가 가장 빠르게 와닿아요.

오픈AI 샘 알트만의 POV는 이렇습니다. AI는 전기나 수도처럼 유틸리티가 되고, 쓴 만큼 내는 시대가 온다는 거죠. 오픈AI가 구독 모델 중심 회사니까 딱 맞는 관점입니다.

반면 앤트로픽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곧 코드의 대부분을 작성하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앤트로픽 수익이 코딩 관련 B2B에서 나오니 이 POV도 사업 구조와 정확히 맞물려요.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는 또 다른 방향을 봅니다. 모델은 이제 상품이 됐고, 차별화는 맥락 데이터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있다는 거예요. 워드, 아웃룩, 팀즈, 셰어포인트로 기업의 모든 문서와 이메일을 쥐고 있는 회사다운 관점이죠.

서비스나우 빌 맥더맛은 워크플로우와 거버넌스가 전부라고 말합니다. 수천 개 기업 워크플로우를 이미 구축해 놓은 회사니까 왜 이렇게 말하는지 바로 보이시죠.

한 줄 정리 : 최고의 POV는 자기 강점에서 나오고, 경쟁사의 약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큐레이션과 POV는 사실 같은 뿌리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느끼셨을 텐데요. PM의 큐레이션과 회사의 POV는 같은 철학에서 나옵니다.

둘 다 AI가 실행을 싸게 만든 세상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아는 판단력의 문제예요.

PM은 제품 안쪽을 향해 이 판단을 하고, 회사는 시장을 향해 이 판단을 표현합니다. 이 둘이 맞물릴 때 비로소 강한 제품이 됩니다. PM이 큐레이션으로 쓸데없는 기능을 걷어내고, 사업팀이 POV로 남은 것들의 의미를 시장에 설명하는 구조요.

한 줄 정리 : 좋은 큐레이션 없이 POV만 있으면 허풍이고, POV 없이 큐레이션만 하면 방향 없는 정리입니다.

국내 B2B 스타트업이 특히 놓치는 부분

국내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는 기능 경쟁입니다. 이 기능도 있고 저 기능도 있고 더 싸다는 식이죠. 그런데 2026년 B2B SaaS 시장은 AI 네이티브 솔루션들이 기존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대체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기능 나열로 설득하는 방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AI 지출 전망이 기존 SaaS 시장의 두 배 수준에 달할 거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에요.

둘째는 AI 툴 도입 후 속도만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기획서 작성이 3배 빨라졌는데, 이게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건지 검증하는 과정은 예전과 똑같아요. 결과적으로 아무도 안 쓰는 기능을 더 빠르게 쌓는 역설이 벌어집니다.

국내 PM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AI PM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PM으로 대체될 거라는 말이 많은데, 더 정확히는 AI 결과물을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PM이 살아남는 시대라는 거죠.

한 줄 정리 : 툴 쓰는 법보다 판단하는 법이 먼저입니다.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두 가지 질문

긴 이야기를 질문 두 개로 압축해볼게요.

제품팀이라면 매주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번에 만든 기능, 고객 주의를 받을 자격이 있나. 출시 후 실제로 가치를 전달했나."

기능은 출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얻었을 때 끝나는 거니까요.

세일즈팀이라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고객이 시장 미래에 대해 물으면, 우리 회사만의 관점으로 답할 수 있나."

명확한 답이 없다면 지금이 POV를 만들 시간이에요. 회사가 잘하는 것,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것에서 출발하시면 됩니다.

한 줄 정리 : "왜 이걸 만드는가"와 "왜 지금 사야 하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진짜 경쟁력입니다.

마무리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은 사상 최저가 됐습니다. 누구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안목과, 왜 우리가 만드는지 설명하는 관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PM은 점수판에서 손을 떼고 큐레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사업팀은 기능 목록 대신 POV로 고객과 대화해야 하구요.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AI 시대에도 오래 살아남는 제품과 회사가 만들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속도는 이제 기본입니다. 판단력이 진짜 차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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