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되시나요, AI가 디자인 툴을 다 잡아먹을 거라는 이야기
요즘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 특히 프로덕트 쪽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얘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제 AI한테 화면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는데, 디자인 툴이 왜 필요해?"
저도 처음엔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실제로 피그마 주가는 정말 심하게 무너졌거든요. 2026년 7월 기준 시가총액이 113억 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이게 2022년 어도비가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던 200억 달러보다도 한참 낮은 금액이에요. IPO 때 563억 달러까지 찍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드라마틱한 하락이죠.
시장의 결론은 단순했어요. "AI가 디자인을 대체한다, 피그마는 진 거다." 그런데 정작 피그마 창업자 딜런 필드는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기술 미디어 스트래터케리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배경 설명, 피그마가 원래 뭘 하던 회사인지
피그마는 협업 디자인 툴이에요.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가 같은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웹 기반 도구죠.
예전엔 스케치라는 맥 전용 프로그램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건 혼자 쓰는 도구였어요. 파일 만들고 버전1, 버전2 이름 붙여서 공유하는 방식이었죠. 피그마는 여기에 구글 문서처럼 실시간 협업 기능을 얹었어요. 그것도 브라우저 안에서요.
기술적으로는 웹지엘이라는 브라우저용 3D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서, 공동창업자 에반 월러스가 브라우저 안에 강력한 그래픽 편집 환경을 구현해낸 거예요. "브라우저에선 이런 게 안 된다"던 업계 통념을 깬 순간이었죠.
한 줄 정리하면, 피그마는 디자인 버전의 구글 문서예요. 혼자 쓰는 도구가 아니라 팀 전체가 같은 캔버스를 공유하는 협업 플랫폼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AI가 디자인 툴을 죽인다는 생각
피그마 자체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현재 디자이너의 72퍼센트가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쓰고 있고, 91퍼센트는 AI 덕분에 결과물 품질이 올라갔다고 답했대요. AI가 현업 깊숙이 들어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딜런 필드는 여기서 갈라져요. AI가 잘 만드는 것과 못 만드는 걸 구분하더라고요.
AI는 평균을 정말 잘 만듭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보통의 로그인 화면 같은 건 훌륭하게 뽑아내요. 그런데 브랜드만의 독특한 경험은 어려워해요. AI는 학습 데이터 분포의 한가운데를 당기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에요. 차별화된 결과물은 정의상 그 분포 바깥에 있으니까요.
그가 강조한 문장이 있어요. AI가 평균으로 수렴할수록, 평균에서 벗어난 창의성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는 거예요. 이게 딜런 필드 논지의 핵심입니다.
실행이 싸지면, 디자인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이 논리는 소프트웨어 전체에 적용돼요. 요즘 바이브코딩으로 자연어만 던져도 기능하는 앱을 금방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만든 앱의 사용자 경험은 어떨까요. 딜런 필드 표현을 빌리면,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해요.
기능은 되는데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픽셀이 삐뚤어진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뭘 해야 하는지 자체를 이해 못 하게 만드는 문제죠.
정리하면, AI로 실행 비용이 급격히 낮아질수록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하는 기획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얘기예요. 실제로 AI 디자인 툴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5억 달러에서 2028년까지 22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연평균 성장률로 치면 49퍼센트에 달하는 굉장히 빠른 속도예요.
협업이라는 해자, AI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
피그마의 또 다른 강점은 협업이에요. 챗지피티든 클로드든 지금까지 AI 도구는 대부분 나 혼자 쓰는 경험이었잖아요. 팀 다섯 명이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과정, 의견 갈릴 때 조율하는 과정은 아직 AI가 못 풀고 있어요.
딜런 필드가 인터뷰에서 짚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는데요. AI를 도입한 팀은 보통 세 단계를 거친대요. 처음엔 열심히 써보는 단계, 그다음엔 최대한 많이 쓰는 단계로 넘어가요. 그런데 세 번째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는 거예요. 팀원 각자가 AI와 단둘이 작업하면서 자기 방향에 강하게 집착하게 된다고요.
다섯 명이 각자 다른 방향에 꽂힌 채 모이면 어떻게 될까요. 수렴이 안 되는 디자인 교착 상태가 돼요. 딜런 필드는 이걸 터널 비전이라고 불렀어요. AI와 일대일로만 작업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팀 전체의 방향 정렬이 어려워진다는 거죠.
피그마 캔버스는 정반대를 지향해요. 여러 아이디어를 한 공간에 펼쳐놓고 조율하고 수렴하는 공간이요. AI는 그 과정을 돕는 도구일 뿐,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면 안 된다는 철학이에요. 프로덕트 팀 운영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크게 공감하실 것 같아요.
캔버스 위의 코드, 디자인과 개발의 경계가 사라진다
피그마는 2026년 Config 컨퍼런스에서 굵직한 기능들을 발표했어요. 핵심은 캔버스 위의 코드라는 개념이에요.
기존엔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개발자가 받아서 코딩하는 순서였는데, 이 경계를 없애겠다는 거예요. 캔버스 안에서 디자인 요소와 실제 동작하는 코드를 같이 다룰 수 있게 하면, 디자이너의 머릿속 아이디어가 코드로 바로 표현되고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오는 순환이 자연스러워져요.
모션 기능도 추가됐어요. 애니메이션 타임라인을 캔버스 안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됐는데, 버튼이 어떤 곡선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AI한테 텍스트로 설명하기는 어렵잖아요. 직접 타임라인을 만지는 게 훨씬 정확하죠.
셰이더 기능도 눈에 띄어요. 원래 그래픽 렌더링용으로만 쓰던 기술을 이제 사용자가 직접 활용해서 수작업 느낌의 독특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AI가 흉내내기 어려운 영역이에요.
AI 승자와 패자, 그 이분법이 틀린 이유
딜런 필드는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와 패자 이분법 자체가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했어요. 그가 제시한 대안 프레임은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유동성, 맥락의 축적이에요. 이 세 가지를 가진 기업이 AI 시대에도 살아남는다는 논리죠.
피그마는 사람들이 디자인하면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플랫폼이에요. 수백만 명의 디자이너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지가 쌓일수록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인사이트도 커져요. AI 모델은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쌓인 맥락과 역사는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해자 개념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방향이 틀리면 빠른 게 오히려 손해다
인터뷰 말미에 딜런 필드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잘못된 방향으로 빨리 가는 건 진전이 아니라 막다른 길이라는 거예요. AI로 속도가 빨라진 지금, 방향을 결정하는 판단력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얘기죠.
그가 밤마다 AI 모델을 켜고 수학 문제를 풀어본다는 것도 재밌는 대목이에요. 바이브매싱이라는 표현까지 썼는데, 검증 가능한 문제를 AI와 함께 탐험하면서 능력과 한계를 직접 파악한다는 거예요. 창업자가 도구의 본질을 직접 체험하면서 제품에 녹인다는 태도, 저는 이게 참 와닿았어요.
마무리
AI 시대에 디자인 툴은 죽는다는 게 시장의 내러티브였지만, 피그마 CEO의 생각은 정반대였어요. AI가 평균을 쏟아낼수록 평균을 벗어나는 창의성과 협업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는 거죠. 피그마의 캔버스, 협업 구조, 쌓인 데이터가 바로 그 가치를 실현하는 기반이 됩니다. 2026년, 실행 비용이 극도로 낮아진 세상에서 진짜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판단력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 여러분의 팀은 AI를 빠르게만 쓰고 있나요, 아니면 올바른 방향으로 쓰고 있나요.
'IT > IT트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시대 UX 디자이너, 왜 화면보다 전략을 고민해야 할까 (0) | 2026.07.23 |
|---|---|
| AI 네이티브 시대, 화면보다 시스템을 그리는 사람이 살아남는 이유 (0) | 2026.07.23 |
| 구글 파이낸스 대변신, AI가 내 포트폴리오를 매일 분석해주는 시대가 왔다 (1) | 2026.07.14 |
| 클로드 AI 스킬 총정리, 2026년 디자이너가 전문가 판단력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0) | 2026.07.13 |
| AI 시대 디자인 시스템의 한계, 이제는 글쓰기가 먼저인 이유 (0) | 202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