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구에 취하면 본질을 잃는다
요즘 링크드인 열면 정말 장터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요. 베트남 시장에서 온갖 물건을 파는 상인들처럼, 모두가 뭔가를 팔려고 외치고 있거든요. "PM이라면 이걸 배워야 한다", "이 도구 없으면 뒤쳐진다" 하면서요.
특히 요즘은 AI 코딩 도구가 대세죠. 바이브 코딩, RAG, MCP, Evals, 에이전트... 솔직히 뭔 소린지 모르겠는 용어들이 매일 쏟아져요. 심지어 AI PM이 되면 연봉이 두 배가 된다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구요.
그런데 잠깐, 우리가 평소에 제품 관리할 때 가장 싫어하는 게 뭐였죠? 바로 "이거 만들어주세요"라고 솔루션만 던져주는 거잖아요. 정작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는 안 알려주고요. 근데 지금 링크드인에서 벌어지는 일이 딱 그거예요. 새로운 솔루션만 계속 던져주는 거죠.
AI 열풍 속, 진짜 위험한 건 따로 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AI 코딩 도구 시장은 약 9조 원(67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2030년까지 약 35조 원(25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투자자들이 AI 코딩 분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죠. Lovable, Bolt.New 같은 서비스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간단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비싸니까, 그 비용을 줄이겠다는 거예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돼요.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단순히 코더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냥 코드만 짜는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진짜 엔지니어는 달라요.
코더는 이렇게 일해요. 더 명확한 인수 기준을 달라고 요구하고, 티켓에 적힌 것만 코딩하고, 문제를 이해하는 건 본인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결과물만 신경 쓰지 성과는 관심 없어요.
반면 진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문제를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티켓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걸 만들어내고, 자기 솔루션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지 확인하고, 단순히 코드가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요.
Lovable 같은 도구가 대체할 수 있는 건 코더예요. 엔지니어는 절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걱정돼요. 제품 담당자들이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완전히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실제로는 80%의 작업이 빠진 거거든요. 이 글을 읽는 진지한 PM이라면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아실 거예요.
진짜 PM이 풀어야 할 문제들
솔직히 빨리 출시하는 게 우리의 주요 문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럼 해결하기 훨씬 쉬웠을 텐데요.
진짜 어려운 건 이런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른 의견을 가진 팀을 어떻게 하나로 정렬시킬까요? 약속으로 가득 찬 로드맵에서 뭘 우선순위로 해야 할까요? 서로 모순되는 데이터 속에서 어떻게 인사이트를 찾아낼까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할까요?
가트너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제품 관리 리더들이 꼽은 가장 큰 과제는 "비즈니스 우선순위 결정"이 37%로 1위를 차지했고, "팀 간 협업과 정렬"이 31%로 그 뒤를 이었어요. AI 도구 활용은 고작 8%에 불과했죠.
AI가 이런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 주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모두가 지금 당장 AI를 배우라고 외치고 있죠.
몇 년 후 PM들의 모습이 두렵다
저는 몇 년 후에 PM들이 이렇게 될까 봐 두려워요. 비즈니스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는 법을 모르고, 기회를 평가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의 행간을 읽지 못하고, 우리만의 독특함이 뭔지 명확히 하고 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거예요.
PM에게는 시장 기회를 식별하고 경쟁 시장을 평가하며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로드맵을 구현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이런 본질적 역량을 잊어버리면, 링크드인의 암울한 예측이 현실이 될 거예요.
프로덕트보드의 2024년 PM 현황 보고서를 보면, PM들이 하루 업무 시간의 평균 28%를 도구 학습과 관리에 쓰고 있다고 해요. 정작 고객 인터뷰와 시장 조사에는 겨우 19%만 할애하고요.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
Marty Cagan이 이렇게 말했어요. "성공하는 제품은 사용자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금 막 가능해진 것에 대한 똑같이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요.
모두가 얼굴에 AI를 들이대는 동안, 진짜 두각을 나타내는 PM은 이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에요. 겁없는 의사결정자가 되고,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아이디어의 위험을 제거하고, 여러 사람을 확실한 방향으로 정렬시키고, 노이즈와 신호를 구분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갈고닦고, 시장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실제 결과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고, 쉬운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하는 거죠.
실제로 몇 년 전, 저는 시니어 PM을 한 명 채용했어요. AI는 이미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열풍은 아니었죠. 그런데 로드맵에 AI가 들어가 있었어요. 입사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그분이 커피 한잔하자고 하더라구요.
"여기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숙제를 해봤어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려고 린 캔버스를 만들어봤는데요, 공유하고 싶어요. AI가 우리 고객의 일을 어떻게 더 잘하게 도와주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공감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첫 접점이 AI라고 하는데, 고객들이 원하는 건 사람이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거예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었어요. 우리가 비즈니스가 원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었지,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는 걸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 하나
여러분 로드맵 한번 보세요. 거기 있는 솔루션들을 고객 니즈와 연결할 수 있나요?
맥킨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신제품 출시의 약 72%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낸다고 해요. 그 이유의 대부분은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고객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멋진 도구로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올바른 것을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죠.
각 기능마다 이렇게 자문해보세요. 우리가 해결하려는 고객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인가? 고객이 현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우리 솔루션이 현재 방식보다 10배 이상 나은가? 만약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다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거예요.
AI는 적이 아니라 동료다
그럼 AI를 완전히 무시해야 할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AI를 제대로 활용하면 정말 좋아요.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항상 하고 싶었지만 지원을 못 받았던 게 뭐였나요? 제 경우엔 이거예요. 같은 문제에 대해 여러 솔루션을 시도해 보는 거요.
지금까지는 개발 비용이 비싸서 하나의 솔루션을 만드는 데도 지원받기 힘들었잖아요. 실제로 평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연봉이 한국에서 연 6천만 원에서 1억 원 사이라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실험적인 기능에 쉽게 투자하기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AI는 이걸 바꿀 수 있어요. 한 솔루션을 만드는 데 몇 주씩 투자하는 대신, 며칠 만에 여러 대안을 테스트할 수 있죠. 그리고 어떤 게 제일 말이 되는지 정한 다음 제대로 만들면 돼요.
단,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요. 컨텍스트를 이해해야 해요. 누구를 위한 건지, 무엇을 해결하는 건지, 지금 사람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현재 솔루션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요. 이걸 알면, 고객과 비즈니스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다음에야 솔루션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도구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일에는 결승선이 없어요. 지금 쓰는 도구는 몇 년 후면 낡아빠진 게 될 거예요. 제가 10년 전에 쓰던 스택이랑 지금 스택은 완전히 달라요. 불멸의 Jira만 빼고는요.
기억하세요. 도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에요. Lovable을 마스터한다고 더 나은 PM이 되는 건 아니에요. 10년 전에 MongoDB 쿼리를 잘 짠다고 제가 더 나은 PM이 된 게 아니었던 것처럼요. 더 나은 결정과 우선순위 설정이 제 커리어를 열어줬어요. 도구가 아니라요.
어제 통했던 게 오늘 안 통할 수도 있어요. 지금을 발견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해요. 이 여정이 항상 재미있지는 않아요. 때로는 벽에 부딪히고 아파요.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게 정상이에요. 하지만 행동을 취하면 바꿀 수 있어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최고의 PM과 평범한 PM의 차이는 역량 격차에 대한 이해와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팀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에요. AI 도구 사용법을 아는 것보다, 본질적인 제품 관리 역량을 갖추고 팀을 이끄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죠.
2025년에는 전 세계 IT 지출이 약 490조 원(3.6조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고,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약 30%가 AI에 140억 원(1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해요. AI의 물결은 분명 거세요. 하지만 그 물결에 휩쓸려 본질을 잃으면 안 돼요.
진짜 PM은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이해하고, 팀을 정렬시키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에요. AI는 우리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우리를 더 멍청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지금 이 순간, 링크드인의 노이즈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세요. 유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세요. 그게 진짜 PM의 미래예요.
AI 도구의 홍수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어요. 진짜 PM의 가치는 최신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올바른 문제를 찾아내고 팀을 하나로 모으며 고객에게 진짜 가치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는 거죠. AI는 우리의 동료가 될 수 있지만, 우리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PM의 본질적 역량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산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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