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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I

AI가 여행업계 거인들을 무너뜨리는 방법

 

온라인 여행사들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나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경제는 여행업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어요. 익스피디아(Expedia)와 부킹닷컴(Booking.com) 같은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여행사를 직접 찾아가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죠. 이들은 전 세계 호텔, 항공사, 렌터카 업체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소비자들이 쉽게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이런 플랫폼들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어요.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서 "제주도 호텔"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되는 거죠. 그러려면 엄청난 광고비를 써야 했어요. 실제로 익스피디아는 2024년 전체 매출 약 180억 달러(약 24조 원) 중 절반 이상인 약 9조 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었고, 부킹닷컴도 연 매출 222억 달러(약 30조 원)의 30%인 약 9조 5천억 원을 광고에 투자했다고 해요.

이 돈은 대부분 구글에 들어갔어요.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게 곧 고객 확보였거든요. 많은 여행객을 끌어모을수록 더 많은 호텔과 항공사가 참여하고, 그럴수록 플랫폼은 더 강력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죠. 부킹닷컴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220개국 이상, 280만 개가 넘는 숙박시설과 제휴를 맺고 있을 정도예요.

ChatGPT가 바꿔놓은 여행 계획의 풍경

그런데 요즘 여행 계획 세울 때 어떻게 하세요? 저만 해도 요즘은 챗GPT한테 먼저 물어봐요. "3박 4일 오사카 여행 코스 추천해줘"라고 하면,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들어가기도 전에 왠만한 일정이 다 나오거든요.

2023년부터 본격화된 생성형 AI의 등장은 여행업계의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더 이상 여러 사이트를 클릭하며 정보를 찾지 않게 된 거죠. AI가 대화하듯 질문에 답해주고, 바로 여행 일정까지 짜주니까요. OpenAI에 따르면 Chat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24년 말 기준 3억 명을 돌파했고, 이 중 상당수가 여행 관련 질문을 한다고 해요.

실제 사례도 있어요. 미국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Chegg는 학생들이 숙제 도움을 받으려고 방문하는 사이트였는데, ChatGPT가 등장한 이후 방문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41% 감소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Chegg 사이트에 들어올 필요 없이 AI한테 바로 물어보니까요. 온라인 여행사들도 똑같은 위기를 맞고 있는 거예요.

구글도 이제 여행사 역할을 한다

더 흥미로운 건 구글의 변화예요. 2024년 말 구글은 AI Mode라는 기능을 발표했는데, 검색 결과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도 여행 일정을 짜고 예약까지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예전에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이제는 구글 안에서 다 해결되는 거죠.

물론 구글도 아직은 실제 예약은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시스템을 통해 처리해요. 그들이 가진 결제 시스템, 호텔 연동 시스템이 워낙 탄탄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고객이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할 때 만나는 곳이 이제 여행사 사이트가 아니라 AI 채팅창이라는 거예요.

OpenAI의 CEO 샘 알트먼도 최근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말했어요. "ChatGPT 같은 채팅 인터페이스가 온라인 여행사 같은 중개자들을 없애고, 여행 마진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요. 그가 말한 '세금(taxes)'이 바로 플랫폼 수수료를 의미하는 거였죠. 현재 온라인 여행사들은 호텔과 항공사로부터 10~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게 AI 시대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거예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의 도전장

이런 변화를 포착한 신생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Airial이에요. 2024년 초 론칭한 이 서비스는 채팅으로 여행 취향을 물어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예약 가능한 여행 일정을 만들어줘요. 심지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영상을 링크로 보내면, "나도 이런 곳 가고 싶어"라는 감성까지 반영해서 일정을 짜준대요.

또 다른 스타트업 Fora는 좀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요. 개인 여행 어드바이저들에게 AI 도구를 제공하는 방식이에요. 2024년 기준 약 2,500명의 독립 플래너들이 Fora의 AI를 활용해 고객 맞춤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고 해요. 자동화된 조사와 물류 처리는 AI가 하고, 사람은 감성적인 큐레이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Fora는 2024년 시리즈 B 펀딩에서 2,000만 달러(약 270억 원)를 유치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이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기능적 효율성보다 감성적 연결에 집중한다는 거예요. 단순히 "가장 싼 호텔"을 찾아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할 만한 여행"을 큐레이션해주는 거죠.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의 반격

물론 거대 플랫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아요. 부킹닷컴은 2024년부터 AI Trip Planner 기능을 본격 강화하고 있어요. 수년간 쌓인 예약 데이터와 리뷰를 바탕으로 AI가 여행자의 취향을 예측하고 제안하는 시스템이죠. 익스피디아도 자체 AI 어시스턴트를 Hotels.com 앱에 탑재했고, 소셜미디어 영상 업로드 기능도 추가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건 기존 모델에 AI를 덧칠한 수준에 가까워요. 근본적인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검색 → 비교 → 예약"이라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이 "대화 → 일정 생성 → 즉시 예약"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과는 대조적이에요.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수익 구조예요.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은 매출의 30~50%를 검색 광고에 쓰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사람들이 더 이상 검색을 통해 들어오지 않으면 이 모델 자체가 무너지는 거죠. 실제로 부킹홀딩스(부킹닷컴의 모회사)의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고객 획득 비용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해요. 구글 AI Mode나 ChatGPT 같은 곳에서도 노출되려면 또 돈을 내야 하는데, 예전만큼의 효율이 나올지는 미지수예요.

데이터 우위는 이제 의미가 없다

온라인 여행사들이 자랑하던 게 또 하나 있었어요. 바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죠. 수십 년간 쌓인 예약 기록, 리뷰, 취소 내역, 고객 문의 등등. 부킹닷컴만 해도 매년 10억 건 이상의 예약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요. 이 데이터로 가격을 최적화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어요.

그런데 대형 언어모델(LLM)의 등장으로 이 우위도 흔들리고 있어요. AI는 한 플랫폼의 데이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웹 전체의 정보를 끌어다 쓸 수 있거든요. 호텔 리뷰는 구글맵에서, 가격 정보는 항공사 사이트에서, 여행 팁은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가져와서 종합할 수 있어요.

McKinsey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여행 플랫폼들은 전통적인 온라인 여행사 대비 고객 전환율이 평균 35% 높다고 해요. 이유는 간단해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해석'이 중요해진 거예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 그 순간의 맥락에 맞춰 큐레이션하는 능력이 승부를 가르는 거죠.

익스피디아도 이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여러 브랜드(Expedia, Hotels.com, Vrbo, Orbitz, Travelocity 등)에 분산되어 있던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실시간 예약, 결제, 고객 서비스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서 AI가 더 정확한 추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부킹홀딩스(부킹닷컴, 프라이스라인, 카약, 아고다, 오픈테이블의 모기업)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호텔과 항공사들도 직접 나선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건 공급자들의 움직임이에요. 그동안 호텔과 항공사들은 온라인 여행사에 10~25%의 수수료를 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의존해왔어요. 고객을 데려다주니까요.

그런데 이제 AI 에이전트가 발전하면서, 호텔이나 항공사가 직접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주도 해변 리조트 추천해줘"라고 AI에게 물으면, AI가 호텔 자체 시스템과 직접 연동해서 가격과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바로 예약까지 처리하는 식이죠. 중간 플랫폼이 필요 없어지는 거예요.

Phocuswright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주요 호텔 체인의 43%가 이미 AI 기반 직접 예약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라고 해요. 메리어트는 2024년 자체 AI 챗봇 '메리어트 봇웰(Marriott Bonvoy Virtual Assistant)'을 강화했고, 힐튼도 'Connie'라는 AI 컨시어지를 전 세계 주요 호텔에 배치하고 있어요. 이들은 플랫폼 수수료를 안 내도 되니까,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결국 승자는 누가 될까

그럼 앞으로 온라인 여행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이 망할까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안 될 거라고 봐요. 이들이 가진 결제 인프라, 전 세계 숙박업소와의 계약, 24시간 고객 서비스 시스템은 여전히 가치가 있거든요. 부킹닷컴만 해도 145개 언어로 연중무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다만 역할이 바뀔 거예요. 예전에는 "여행의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여행의 실행"을 담당하는 백엔드 역할로 후퇴할 가능성이 크죠. 고객이 ChatGPT나 구글 AI에서 일정을 다 짜놓고, 마지막 예약 단계에서만 이들의 시스템을 거쳐가는 식이에요.

실제로 부킹홀딩스 CEO 글렌 포겔(Glenn Fogel)은 최근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AI 플랫폼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우리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좋은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번역하면, "싸울 수 없으니 협력하겠다"는 거죠.

문제는 이 전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예요. AI 플랫폼들이 점점 독립적으로 예약까지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온라인 여행사의 협상력은 계속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고객 접점을 잃어버리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고, 마진은 점점 낮아지겠죠. Skift Research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사들의 평균 순이익률은 이미 2020년 12%에서 2024년 8%로 하락했다고 해요.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 변화는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야놀자와 여기어때 같은 국내 플랫폼들도 AI 기능을 추가하고 있어요. 특히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여행 추천 서비스를 2024년부터 테스트 중이고, 카카오도 최근 AI 어시스턴트에 여행 기획 기능을 넣었죠.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온라인 여행 예약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이고, 이 중 7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요. 모바일 중심 시장일수록 AI 챗봇과의 친화성이 높아서, 변화 속도는 더 빠를 수 있어요. 야놀자의 경우 2024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4,300만 명을 넘어섰고, 연간 거래액은 5조 원을 돌파했어요.

재밌는 건,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기반 인터페이스에 익숙하다는 거예요. 여행 계획을 채팅으로 짜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죠. 실제로 20~30대를 중심으로 ChatGPT로 여행 일정 짜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요. 한국갤럽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8%, 30대의 39%가 여행 계획 시 AI 챗봇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마무리하며

결국 이 글의 핵심은 간단해요. 90년대 말 인터넷이 전통 여행사를 무너뜨렸듯이, 지금은 AI가 인터넷 시대의 강자들을 흔들고 있다는 거죠. 변화의 본질은 "검색"에서 "대화"로, "비교"에서 "큐레이션"으로의 이동이에요. 고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접점을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다만 그 접점이 이제 포털 사이트에서 AI 채팅창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죠.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AI를 얹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설계해야 할 거예요. 그게 안 되면, 20년 전 무너진 전통 여행사들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글이 주는 경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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