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자가 자기 회사를 설명 못 한다고요? 생각보다 흔한 일이에요
스타트업 행사나 네트워킹 자리에 가보면 꼭 이런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 창업자에게 "그래서 어떤 서비스예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이렇게 돌아오죠. "저희는 B2B SaaS 기반의 AI 자동화 솔루션인데요, 사실 설명이 좀 복잡해서..." 그리고 5분이 지나도 대화는 끝나지 않습니다.
막상 들어보면 서비스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왜 설명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이건 단순히 말 잘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창업자의 스토리텔링이 흔들리는 이유는 대부분 전략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말이 어수선하면, 전략도 어수선한 겁니다.
"스토리텔링은 마케팅팀 일이잖아요" — 이 생각이 성장을 막고 있어요
창업자에게 회사 이야기를 부탁했더니 이런 말이 돌아온 적 있으신가요? "아, 그런 건 저희 마케팅팀이 잘 정리해놨어요. 자료 보내드릴게요."
그 순간, 그 창업자는 이미 조직의 방향키를 다른 사람한테 넘긴 상태가 된 겁니다.
물론 팀이 10명 이하일 때는 큰 문제가 없어요. 서로 얼굴 보며 일하고, 눈빛만 봐도 방향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조직이 20명, 50명, 100명으로 커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25년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들이 꼽은 주요 불만 요인 중 하나가 불안정한 조직 비전이었고,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약 3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3년 연속 하락 중이에요. 단순히 급여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쌓인 결과입니다.
창업자가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팀원들은 각자의 해석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합니다. 영업팀은 영업팀대로, 개발팀은 개발팀대로 판단하죠. 그렇게 조직은 서서히 분열됩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 스토리텔링 = 유창한 발표 실력?
스토리텔링을 타고난 말솜씨나 무대 위의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저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나는 원래 말을 잘 못해서"라고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리는 창업자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진짜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유창함이 아니에요. 명확성입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왜 이 방식이 효과적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창업자 스스로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이해가 갖춰지면 말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오히려 말이 유창한데 내용이 매번 달라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한 상태입니다.
스타트업 HR 전문가 몰리 그레이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창업자가 내리는 의사결정 방식을 명확하게 언어화하고, 창업자가 회의실에 없을 때에도 구성원들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스케일업의 핵심이라고요. 이게 바로 창업자 스토리텔링이 단순한 마케팅 스킬을 넘어서는 이유입니다.
스토리가 흔들리는 순간, 전략의 구멍이 보입니다
업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 회사를 설명해본 적 있으신가요?
그 실험을 해보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아는 사람한테 설명할 때는 술술 나오던 말이,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갑자기 막혀버려요. "그러니까 저희가... 음, 뭐랄까..." 이러면서 전문 용어가 쏟아지기 시작하죠.
그 막히는 지점이 바로 전략의 구멍입니다.
"왜 우리가 더 나은가"를 설명하다 머뭇거린다면, 경쟁 우위를 아직 충분히 정의하지 못한 겁니다. "우리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면, 타깃을 아직 좁히지 않은 거예요.
스토리텔링을 다듬는 과정은 사실 전략을 다듬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말로 꺼내놓는 순간 무엇이 흐릿한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거든요.
스케일업 단계일수록, 창업자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여야 합니다
성공한 스케일업 기업들의 창업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반복한다는 겁니다.
국내 사례를 보면, 토스의 이승건 대표나 무신사의 한문일 대표처럼 성공적으로 스케일업한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조직 내 메시지 일관성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한 번 잘 말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팀 전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예요. 팀이 50명이 되면, 창업자가 직접 모든 대화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 팀원 각자가 고객을 만나고, 파트너를 만나고, 채용 후보자를 만나죠. 그 자리에서 창업자 대신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이야기가 제각각이라면, 고객도 혼란스럽고 팀도 지칩니다.
모든 회사 스토리가 답해야 할 딱 세 가지 질문
어떤 업종이든, 어떤 단계든 회사 스토리의 뼈대는 결국 세 가지로 수렴됩니다.
첫 번째, 고객은 우리를 왜 쓰는가? 기능 목록이 아닙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이루고 싶은 변화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클릭 한 번으로 처리된다"가 아니라 "매달 담당자가 3시간씩 쓰던 일이 사라진다"처럼요.
두 번째, 왜 우리 방식이 효과적인가? "경쟁사보다 낫다"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경쟁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무엇 덕분에 볼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모호한 비전 선언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3년 후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에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면, 지금 스케일업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입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걸 지금 인식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외부 메시지보다 내부 정렬이 먼저입니다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이겁니다. 내부가 정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메시지부터 세련되게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투자자 피칭 자료, 언론 보도를 위한 보도자료, SNS 카드뉴스... 이런 것들을 먼저 완성하려고 시간을 쏟다 보면, 정작 팀 내부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확인을 못 하게 됩니다.
2025년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서 스타트업 재직자들이 조직을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는 데이터는 결국 이 문제로 연결됩니다. 외부에 아무리 세련된 메시지를 내보내도, 내부가 정렬되지 않으면 그 균열은 반드시 고객 접점에서 드러납니다.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하는 설명과 제품팀이 개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면, 고객은 혼란스럽고 팀은 지칩니다. 그 결과는 이탈입니다. 고객도, 팀원도 빠져나가기 시작해요.
지금 당장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딱 하나의 실험
복잡한 전략 워크숍이나 외부 컨설턴트 없이도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 업계를 전혀 모르는 지인 한 명을 붙잡고 회사를 설명해보세요. 녹음해두면 더 좋아요. 나중에 들어보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거든요.
머뭇거리거나 전문 용어가 나왔다면, 전략이 아직 흐릿하다는 신호입니다. 2분 안에 핵심을 전달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겁니다. 설명이 끝난 뒤 상대방이 "그래서 결국 뭘 하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실험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이 바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겁니다.
마무리
스케일업은 제품의 완성도나 투자금의 규모보다, 조직 전체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상태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회사의 이야기가 선명해지면 전략도 선명해지고, 전략이 선명해지면 팀도 정렬됩니다. 팀이 정렬되면 고객도 이해하기 시작하고요. 그 순서를 기억하세요.
창업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전략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단순한 언어로 다듬고, 반복해서 전달하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지금 바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우리 회사 이야기를 2분 안에, 처음 듣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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