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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 B2B SaaS 대표님, 지금 당신에게 직업이 두 개입니까?

by DrKo83 202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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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객도 못 챙기는데, AI까지 해야 해요?"

요즘 B2B SaaS 업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저도 처음에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솔직히 공감했어요. 개발팀은 레거시 유지보수에 치이고, 고객 CS는 쌓이고, 영업은 갱신 시즌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AI까지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글로벌 B2B SaaS 커뮤니티 새스터(SaaStr)의 창업자 제이슨 렘킨이 2026년 초에 이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아니요, 선택이 없어요. 둘 다 해야 합니다."

이 말이 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인지, 특히 보험이나 헬스케어처럼 규제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오늘 한번 풀어볼게요.

두 개의 직업이란 게 정확히 뭔가요?

렘킨이 말한 두 개의 직업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 고객을 계속 행복하게 유지하는 일입니다. 영어로는 NRR(Net Revenue Retention), 기존 고객 매출 유지율을 11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작년에 1억을 낸 고객이 올해는 1억 1천을 쓰게 만드는 것이죠.

두 번째는 내 카테고리에서 가장 뛰어난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일입니다. 단순히 "우리도 AI 있어요"가 아니라, "이 분야에서 AI 하면 우리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수준이에요.

이 두 가지는 서로 겹치지 않습니다. 팀도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르고, 실패했을 때 결과도 완전히 다릅니다.

기존 고객 관리와 AI 제품 개발은 둘 다 100% 집중이 필요한 별개의 사업이에요.

고객 유지가 왜 이렇게 힘들어졌냐고요

연 매출 50억 이상의 B2B SaaS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미 실감하고 있을 겁니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요구사항도 다양해지고, 개발팀과 CS팀은 양쪽 모두의 요구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어요. 지금 기업 IT 담당자들은 기존 소프트웨어 벤더 수를 줄이면서, 새로운 AI 벤더에게 예산을 넘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여러분 고객사의 IT 담당자가 여러분 서비스를 끊고 그 돈으로 AI 솔루션을 살 이유를 찾고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2026년 현재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략 리포트들은 단순 업무 자동화에 의존하는 레거시 SaaS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SaaS 인덱스가 강세장 속에서도 6.5% 하락한 반면 AI 인프라 기업들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디커플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고객 유지율이 낮아지는 건 게으름 때문이 아닙니다. 경쟁 환경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AI 에이전트, 정말 지금 해야 하는 거 맞아요?

"AI는 나중에 해도 되지 않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창업자가 아직도 많아요. 그런데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은 2030년까지 406억 5천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 AI 에이전트 시장의 86% 이상이 B2B 기업용이에요. 가트너(Gartner)는 2026년 말까지 기업 앱의 40%가 AI 에이전트를 포함할 것이라고 예측했고요.

국내 SaaS 시장도 한국IDC 기준으로 2026년 3조 614억 원 규모로 성장하는 가운데, AI 에이전트 기반 솔루션이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 B2B 구매 담당자들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AI도 있으면 좋겠네요"가 예전 말이라면, 지금은 RFP(제안요청서)에 AI 기능이 필수 항목으로 들어옵니다.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느냐"를 먼저 묻는 거예요.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우리 분야에서 AI 하면 어느 회사가 제일 좋아요?"라는 질문에 여러분 회사 이름이 나오는가, 안 나오는가입니다.

가장 위험한 적은 내 팀이 될 수 있어요

이 부분이 렘킨 글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목이에요.

제품 담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AI가 기존 고객의 워크플로우를 망칩니다." 개발팀장은 이렇게 말하죠. "레거시 유지보수로도 인력이 부족한데 AI 개발까지 맡기면 무너집니다." 영업팀장은 "진행 중인 계약이 있는데 갑자기 AI 전환 발표를 하면 고객이 혼란스러워합니다"라고 합니다.

이 모든 말이 다 맞아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렘킨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지키기 위해 수년간 훈련된 조직의 항체라고. 그리고 그 항체가 AI 전환을 조용히 죽입니다.

CEO만이 두 직업을 동시에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건 팀에 위임할 수 없는 결정이에요. 코어 제품 안정성과 AI 개발 속도 사이의 긴장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대표뿐입니다.

AI 전환의 가장 위험한 적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내 팀의 합리적인 반대예요.

사실 기존 고객이 가장 강력한 무기예요

렘킨이 강조하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기존 고객은 짐이 아니라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즉 처음부터 AI로 만들어진 신생 회사들은 고객이 없어요. 고객 데이터가 없고, 실제 업무 흐름을 모릅니다. 반면 기존 SaaS 회사는 수년간 쌓인 고객 데이터, 실제 업무 패턴, 신뢰 관계를 갖고 있어요.

이게 엄청난 경쟁 우위입니다. 기존 고객에게 AI 에이전트를 팔 때, 신규 업체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도 이미 쓰는 소프트웨어에 AI가 붙으면, 새로운 회사 소프트웨어로 교체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거든요. 데이터 이전도 없고, 보안 검토도 새로 안 해도 되고, 계약도 다시 안 해도 되니까요.

세일즈포스가 Agentforce를 내놓으며 기존 고객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서 AI 성능이 신규 업체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도 이 이유예요.

기존 고객과 그들의 데이터는, AI 에이전트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고객 말만 들으면 집니다

이게 렘킨 글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고객에게 "어떤 AI 기능이 필요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답해요. "기존 기능이 좀 더 빨라지면 좋겠어요." "지금 하는 업무를 AI로 자동화해주면 좋겠어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에요. 그런데 이 요청만 들어서 AI를 만들면, AI 네이티브 경쟁자에게 집니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말해줘요. 하지만 자신의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것을 요구하진 않아요. 그건 당연해요. 그러나 시장은 바로 그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도 AI 에이전트 등장으로 기존 SaaS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봤고, 에이전트들이 결국 비즈니스 로직이나 룰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고객의 피드백은 현재의 나침반이지만, 미래의 지도는 아닙니다.

한국 규제 산업이라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해요

보험, 헬스케어, 금융처럼 규제가 강한 분야일수록 이 흐름을 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국내 AI 시장 동향을 보면, 업스테이지의 문서요약 AI, 뤼튼의 창작형 AI처럼 거대 모델 대신 국내 데이터와 현장 문제에 집중하는 버티컬 특화형이 성장하고 있어요. 한국형 AI 산업이 단순 추종에서 현장 솔루션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겁니다.

규제 장벽이 신규 진입자를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에요. 규제를 이미 이해하는 AI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들은 레거시 부채가 없습니다.

2026년 기준 국내 AI MVP 시장에서도 단순 챗봇 의뢰는 감소하고, 에이전트 기반 업무 자동화 의뢰가 2.4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요. 직원 15명짜리 팀이 여러분 제품의 핵심 기능 80%를 AI로 구현하고 가격은 40% 저렴하게 내놓는 일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규제 산업이라는 방어막은 2~3년 버텨주는 시간을 벌어줄 뿐이에요. 영원한 해자가 아닙니다.

두 직업을 모두 해내는 회사들의 공통점

실무 관점에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기존 고객 베이스를 방어막이 아니라 배포 채널로 봅니다. 새 AI 제품을 기존 고객부터 테스트하고 확산시켜요.

둘째, 기존 고객 피드백으로 AI 로드맵의 70%를 채우고, 나머지 30%는 고객이 말하지 않은 미래 방향에 투자합니다.

셋째, "AI 기능 하나 추가"와 "진짜 AI 에이전트 구축"을 혼동하지 않아요. 진짜 기준은 이겁니다. 고객이 이 AI 에이전트를 쓰면 사람 한 명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가? 그게 되면 진짜 에이전트예요.

넷째, 코어 제품의 안정성과 AI 제품의 속도를 별도 트랙으로 운영합니다. 섞으면 둘 다 망해요.

두 직업을 모두 해내는 비결은 분리입니다. 조직도, 예산도, 목표도 명확히 분리해야 해요.

마무리

B2B SaaS를 운영하면서 기존 고객을 잘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AI 에이전트 카테고리 1위를 노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직업입니다.

첫 번째 직업을 포기하면 매출 기반이 무너져요. 두 번째 직업을 포기하면 3년 후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어요.

지금 내 제품이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면, 그 사랑이 AI 에이전트를 배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에요. 그 자산을 지금 당장 AI 전환의 기반으로 써야 합니다.

2026년은, 두 직업을 동시에 시작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이 갈리는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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