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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비즈니스전략

콘텐츠 디자인, 결국 글쓰기다. 모든 콘텐츠가 텍스트인 이유

by DrKo83 202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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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글만이 아니다"는 말, 절반은 틀렸습니다

콘텐츠 디자인(Content Design)을 공부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콘텐츠는 글만이 아니다. 이미지도, 영상도, 인포그래픽도 콘텐츠다."

맞는 말이에요. 틀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 말 뒤에 아무도 덧붙이지 않는 게 있어요. 어떤 형태의 콘텐츠든, 결국 텍스트로 경험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UX 라이팅(UX Writing, 사용자 경험을 위한 글쓰기)이나 콘텐츠 디자인을 업으로 삼는 분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되죠.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왜 화려한 시각 콘텐츠의 시대에, 텍스트 글쓰기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이미지를 '들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에게 이미지란 무엇일까요?

대체 텍스트(alt text)입니다. 이미지 설명을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그 이미지는 그 사람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면 낭독 프로그램(스크린 리더)이 빈 화면을 읽는 거니까요.

영상은요? 음성 해설이나 자막(스크립트)이 없으면 청각장애인에게는 의미 없는 데이터 묶음이에요. 팟캐스트나 음성 콘텐츠는요? 청각장애인에게는 텍스트 스크립트가 전부예요.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미지는 대체 텍스트로, 영상은 자막 또는 대본으로, 인포그래픽은 요약 텍스트로, 팟캐스트는 트랜스크립트로 변환되어야 비로소 모든 사람에게 닿을 수 있어요.

결국 어떤 형태의 콘텐츠든,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접근하려면 텍스트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접근 가능한 콘텐츠의 기본 단위는 텍스트입니다.

한국도 법으로 정해놓은 이야기예요

이건 배려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제 표준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의 첫 번째 항목이 바로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예요. 1번 규칙이에요.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KWCAG(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는 2025년 개정을 통해 기존 24개 검사 항목에서 33개로 확대되었는데, 첫 번째 원칙은 여전히 '인식의 용이성', 그 안의 첫 번째 지침이 '대체 텍스트 제공'이에요. 이미지든, 차트든, 영상이든 그 의미를 텍스트로도 전달해야 한다는 규정이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2015년 이후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 웹사이트 모두 웹 접근성 준수가 의무예요. 텍스트 기반 정보 제공은 법적 의무이기도 한 셈이죠.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웹사이트 1,000개의 평균 접근성 수준은 66.7점으로 전년 대비 0.9점 상승했어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100점 만점에 66점이라는 건 갈 길이 멀다는 뜻이기도 해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세요" 요청 뒤에 생기는 일

콘텐츠 담당자라면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이해관계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페이지가 텍스트만 가득해요. 이미지나 인포그래픽으로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도 넣고, 복잡한 데이터 차트도 넣고, 화려한 인터랙티브 요소도 추가해요. 시각적으로는 훨씬 풍성해졌어요. 그런데 실제로는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쓰는 사용자에게 그 화려한 콘텐츠는 완전히 닫혀버립니다. 대체 텍스트 없는 이미지, 요약 없는 인포그래픽은 그냥 없는 콘텐츠예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일부 사용자에게는 완전한 정보 차단이 돼버리는 거예요. 이게 접근성을 무시했을 때 생기는 현실이에요.

시각적으로 화려한 콘텐츠는, 텍스트 없이는 절반짜리 콘텐츠예요.

사실 비장애인도 매일 이 상황에 놓여요

이게 장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지하철에서 이어폰 없이 유튜브를 보는 상황. 소리를 켤 수 없으니 자막에 의존하게 돼요. 시리(Siri)나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말로 질문하면, 결과는 텍스트 기반으로 돌아와요. 카페에서 소음이 너무 심해 음성 안내를 듣지 못하는 상황. 이 순간 우리는 모두 텍스트가 필요한 상태가 되는 거예요.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런 상황을 '상황적 장애(Situational Disability)'라고 해요. 영구적인 장애가 아니더라도, 환경에 따라 누구나 장애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개념이에요.

결국 텍스트 접근성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설계예요. 이걸 이해하고 나면 alt 텍스트 하나, 자막 한 줄의 가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그렇다고 이미지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이미지나 시각 자료가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분명히 있거든요.

독서 장애(난독증, Dyslexia)가 있는 분들은 긴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훨씬 이해하기 쉬울 수 있어요. 어린이나 읽기 능력이 낮은 사용자에게는 직관적인 아이콘이 더 도움이 돼요. 인지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문서에서는 이미지가 핵심 보조 수단이 되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 이분법이 아니에요. "텍스트냐 이미지냐"가 아니라 "텍스트를 기본으로 두고, 이미지를 보완 수단으로 더한다"는 사고방식이 맞아요.

이미지가 정보의 전부가 되는 순간, 그 콘텐츠는 누군가에게 빈 화면이 될 수 있어요. 이미지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지만, 텍스트 없이 단독으로 완결되는 콘텐츠는 없어요.

콘텐츠 디자이너가 글쓰기 전문가인 이유

콘텐츠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런 불안감이 생기기도 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그냥 글쓰기인가?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 글에서 살펴봤듯, 텍스트는 단순한 글이 아니에요. 복잡한 정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에요. 법률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기술적 설명을 일상어로 풀어내고, 이미지가 담은 의미를 정확하게 텍스트로 옮기는 것.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에요.

글쓰기(Writing)와 설계(Designing)가 만나는 지점, 그게 콘텐츠 디자인의 핵심이에요. 단어를 선택하고, 정보의 순서를 정하고, 사용자의 여정을 텍스트로 안내하는 것.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정보 설계예요.

콘텐츠 디자이너의 핵심 재료는 언어이고, 그 언어를 다루는 능숙함이 경쟁력이에요.

AI가 발전할수록 텍스트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아이러니

2026년 지금, 이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어요. 생성형 AI가 이미지, 영상, 음성을 만드는 시대가 됐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AI의 입력과 출력은 대부분 텍스트 기반이에요.

챗GPT나 클로드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 우리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써요. AI가 이미지를 생성해도,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없으면 검색되지 않아요. 음성 AI도 결국 텍스트를 소리로 바꾸는 거예요.

최근 UX와 AI 분야 연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와요. AI 기반 서비스에서는 버튼 위치나 색상 같은 전통적인 UI 요소보다,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 즉 텍스트가 전달하는 정보의 질에 사용자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예요.

텍스트는 정보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자, 모든 디지털 정보가 통과하는 공통 언어예요. AI가 발전할수록, 명확하고 정확한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요.

마무리

콘텐츠는 이미지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고, 인터랙티브 경험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형태도 텍스트 없이는 모든 사람에게 온전히 닿을 수 없어요.

텍스트를 정보의 기본값으로 두고, 다른 형태를 그 위에 더하는 방식이 진짜 접근 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그 텍스트를 잘 다루는 능력, 바로 그게 콘텐츠 디자인의 본질이에요.

오늘부터 딱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이미지를 올릴 때 딱 한 문장이라도 이미지 설명을 써두는 것. 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그 콘텐츠의 전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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