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많은 스타트업, 너무 적은 진심
요즘 실리콘밸리를 보면 좀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의 파트너 로엘로프 보에타가 최근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했거든요. "지금은 정말 흥미로운 회사를 만들 인재보다 스타트업이 훨씬 많다"고요.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이걸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가 아니라 "할 수 있으니까" 정도라는 거예요. 복권 당첨을 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거지, 이미 복권에 당첨됐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실제로 202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5만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났다고 해요. 하지만 그 중에서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시작한 회사는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진짜배기를 만나게 됩니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인프라 덕후
필자가 작년에 투자한 소모스 인터넷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창업자 포레스트 히스를 만나러 콜롬비아 메데인까지 날아갔는데, 이 친구와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콜롬비아 산에서 우라늄을 캐서 캐나다산 원자로에 바로 넣으면 엄청난 전력을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부터, 산이 많은 메데인에 케이블카를 더 설치해서 땅값을 올리는 계획까지. 하나같이 인프라 이야기였죠.
그래서 필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소모스로 수십억 달러 벌면 좋겠네요. 당신 같은 억만장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포레스트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왜 회사에서 돈을 빼겠어요? 이 회사가 바로 제가 그 모든 걸 하기 위해 만드는 기계인데요."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회사를 현금인출기로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좋게 할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거예요.
커서에서 발견한 놀라운 현상
최근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에서 두 달간 일했던 브리 울프슨이라는 사람이 에세이를 하나 썼어요. 커서의 기업 가치는 계속 올라가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부자 되는 얘기를 단 한 번도 못 들었다는 내용이었죠.
스트라이프나 피그마 같은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초기 직원들이 점심시간마다 "나중에 어떤 집 살 거야", "손자 손녀 대학 등록금 걱정 끝났네" 이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대요. 그런데 커서에서는 그런 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브리의 분석이 정확해요. "커서 직원들이 내일 은퇴할 수 있다면, 그들 대부분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거예요."
2024년 기준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은 약 1,200개 정도 되는데요. 그 중에서 이렇게 순수하게 일 자체에 몰입하는 조직 문화를 가진 곳은 정말 드물어요.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런 문화를 가진 기업의 5년 생존율이 일반 스타트업보다 3배 이상 높다고 하더라고요.
복권 테스트: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던져볼게요. 내일 복권에 당첨돼서 10억 원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해변에 가서 놀까요? 아니면 원래 하고 싶었던 다른 일을 할까요? 아니면 그 10억 원을 지금 하는 일에 투자해서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잘할까요?
일론 머스크가 딱 이런 케이스예요. 짚투와 페이팔을 팔아서 번 돈을 개인 파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몽땅 쏟아부었거든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일 자체가 더 중요했던 거죠.
2024년 포브스 통계에 따르면 머스크의 순자산은 약 2,500억 달러인데요. 그 돈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하면서 화성 이주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머스크가 집 차고에서 혼자 전기차와 로켓을 만들지 않았다는 거예요. 회사를 만들고, 자기처럼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았죠. 화성에 가는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회사는 혼자서는 못하는 걸 함께하는 기계
정말 좋은 회사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창업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그것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규모로,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이에요.
아스트로 메카니카의 창업자 이언 브룩은 평생 빠른 비행기를 만들고 싶어했어요. 실제로 개인 돈으로 18대나 만들고 소유했대요. 그런데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려면 똑똑한 사람들이 수십 명 필요하고, 수조 원이 들고, 몇 년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회사를 차렸죠.
미터라는 네트워킹 회사의 아닐과 수닐 바라나시 형제도 마찬가지예요. 필자가 이들에게 회사 운영의 재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확장성"이라고 답하더라고요. 이 회사에 투자한 샘 힝키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 사람들이 인수되거나 IPO로 돈 벌고 싶어하는 관심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면 다들 놀랄 거예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이런 '미션 드리븐' 조직의 직원 몰입도는 일반 기업보다 평균 67% 높고, 이직률은 41% 낮다고 해요. 돈이 아니라 일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가 결국 더 강한 조직을 만드는 거죠.
평생의 열정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어요. 꼭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머스크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전기차를 꿈꿨던 건 아니거든요.
다만 그 일이 충분히 커야 해요. 수십 년 동안 계속 몰입할 수 있을 만큼 끝없이 흥미롭고, 계속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베이스 파워 컴퍼니의 CEO 잭 델이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집착에서 배운 것과 에너지가 자신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설명하는 3분짜리 영상이 있는데요. 정말 이런 게 진짜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의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거든요.
일의 열매가 아니라 일 자체를 위해
필자의 친구 아이슈와랴가 산책하면서 이런 말을 해줬어요. "일할 권리는 있지만, 그 열매에 대한 권리는 없다." 이건 바가바드 기타 2장 47절에 나오는 산스크리트 구절이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매를 위해 일해요. 돈을 벌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그런데 일 자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죠.
더 드문 건 브리가 커서에서 발견한 것처럼, 일 자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더 위대한 일을 함께 하는 경우예요.
필자는 요즘 점점 더 확신하게 돼요. 투자할 가치가 있는 건 바로 이런 팀뿐이라는 걸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틸도 같은 말을 했죠. "가장 좋은 투자는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라고요.
당신의 기계는 무엇을 만들고 있나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2,900억 달러가 투자됐다고 해요. 그 돈의 대부분은 결국 창업자와 직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죠.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회사는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요. 돈은 그저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당신이 만약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혹은 이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 자문해보세요. 내일 은퇴할 수 있다면,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건가요? 만약 답이 "아니오"라면, 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진짜 훌륭한 회사는 창업자의 은행 잔고를 채우는 기계가 아니에요. 창업자가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는 기계예요. 그리고 그 기계에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죠.
결국 중요한 건 '왜'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 기계인가요? 무엇을 만들고 있나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질문, 당신은 지금 하는 일을 은퇴해도 계속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회사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할 거예요. 포레스트처럼 회사를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기계로 보는 사람들, 커서 직원들처럼 일 자체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니까요.
돈은 중요해요. 하지만 돈만으로는 10년, 20년을 버틸 수 없어요. 진짜 버티게 하는 건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그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입니다. 그게 바로 위대한 회사와 그냥 그런 회사의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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