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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우리는 정말 UX를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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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글 한 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더라고요

미디엄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 하나가 며칠째 마음에 걸렸어요. 20년 경력의 UX 디자이너 Nate Schloesser가 쓴 글인데, 제목부터 강렬했어요. "Are We Still Practicing UX, or Just Producing Interfaces?" 번역하면 "우리는 아직도 UX를 실천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인터페이스만 만들고 있는 걸까?"라는 뜻이죠.

글은 직장 동료들과 퀴즈 게임을 하다가 깨달은 이야기로 시작해요. UX 관련 문제들이 나왔는데, 자기만 척척 답을 맞히는 거예요. 팀원들은 돈 노먼(Don Norman),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 제시 제임스 가렛(Jesse James Garrett) 같은 이름들을 잘 모르더래요.

처음엔 그냥 '세대 차이' 정도로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지식의 차이가 아니에요. 이 이름들은 UX라는 학문의 기초를 닦은 사람들이거든요. 마치 건축을 공부하면서 르 코르뷔지에를 모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랄까요.


예전 UX 교육에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요

Schloesser는 자신이 UX를 처음 배웠던 시절을 회상해요. 그때는 UX가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하나의 학문 같았대요. 역사가 있고, 공통 언어가 있고, 공유된 책임감이 있는 체계였다는 거죠.

제이콥 닐슨의 10가지 휴리스틱은 반드시 외워야 했대요.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디자이너의 직관을 훈련시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래요. 시스템 상태의 가시성, 오류 방지, 인지보다는 인식… 이런 원칙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던 거예요.

제시 제임스 가렛의 '사용자 경험의 요소들'에서는 순서를 배웠대요. 전략 → 범위 → 구조 → 골격 → 표면. 픽셀부터 시작하는 건 뭔가 중요한 단계를 건너뛴 신호라고 봤다는 거죠.

돈 노먼을 읽으면서는 UX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과학의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대요. 인간의 기억, 주의력, 실수 패턴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었던 거예요. 특히 사용자가 시스템의 잘못으로 어려움을 겪어도 자기 탓을 한다는 사실, 저도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꽤 충격이었거든요.

스티브 크룩(Steve Krug)은 "명확함이 곧 친절"이라고 가르쳤대요. 불필요한 생각은 사용자에게 세금과 같다는 거죠. 그리고 그 세금을 줄이려면, 디자이너가 먼저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어요.


전통적 UX의 출발점: "우리는 아직 답을 모른다"

글쓴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예요. 예전 UX에는 하나의 공통된 전제가 있었대요. "우리는 아직 답을 모른다"는 거죠.

그래서 문제 정의가 일의 핵심이었어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진짜 일의 중심이었던 거예요. 예전 AIGA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을 보면 세 단계로 나뉘어요. 문제 정의 → 솔루션 생성 → 혁신.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요구사항이 숨어 있었대요.

여러 개의 경쟁하는 아이디어를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는 거예요. 3개, 4개, 6개의 서로 다른 컨셉을 빠르게 스케치하고 대부분을 버렸다고 해요. 로우 피델리티 작업이 속도 때문이 아니었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겸손함 때문이었다는 거죠. 여러 솔루션을 스케치하는 행위 자체가 "내 첫 번째 아이디어는 아마 틀렸을 거야"라는 인정이었다는 거예요.

"호기심은 성격이 아니라 직무 그 자체였다"는 표현, 저는 이 문장이 글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UX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글쓴이가 현장을 관찰한 내용이 정말 날카로워요.

요즘 디자이너들은 툴을 다루는 게 정말 뛰어나대요. 피그마는 기본이고, 디자인 시스템, 아토믹 디자인, 컴포넌트 설계, 접근성 가이드라인… 이 모든 게 기본 스펙이 됐죠. 결과물도 깔끔하고 인상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해요.

하지만 팀들이 "우리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푸는 거지?"라고 속도를 늦춰 물어보는 순간이 줄었대요. 여러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에서 경쟁하는 장면도, 러프한 스케치도, 눈에 보이는 탐색 과정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Nielsen Norman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업 UX 디자이너의 약 65%가 정규 UX 교육 과정 없이 현장에서 배웠다고 해요. 또 다른 조사에서는 디자인 팀의 72%가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문제 탐색과 정의"를 중시한다고 답한 팀은 28%에 불과했다고 하더라고요. 숫자로 보니까 더 와닿죠?


무게중심이 바뀌었어요: 문제에서 솔루션으로

Schloesser는 어느 순간부터 UX가 실행을 주요 초점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지적해요.

실행은 분명 중요해요.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이죠. 하지만 그건 절반일 뿐이고, 출발점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브리프가 도착하면 이미 반쯤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 딱 와닿았어요. 솔루션이 암시되어 있고, 패턴은 이미 존재하고, 경쟁사가 비슷한 걸 하고 있고, 디자인 시스템은 준비되어 있어요. 가장 저항이 적은 길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을 시작해요. 하지만 변형(Variations)은 탐색해도 대안(Alternatives)은 잘 만들지 않아요. 레이아웃은 정제하지만 올바른 문제를 푸는지는 잘 묻지 않고요. 플로우는 개선하지만 그 플로우 자체가 꼭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거예요.

리서치는 확인용이 되고, 테스트는 방향을 바꾸기보다 검증하는 도구가 됐다는 지적.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말이에요.


일관성이 미덕이 되면서 생긴 부작용

제이콥 닐슨의 "일관성과 표준" 휴리스틱은 원래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한 개념이었어요.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멘탈 모델을 만들도록 돕는 거지, 모든 걸 똑같이 만들라는 뜻이 아니었죠.

그런데 요즘 UI는 대부분 비슷한 시각 언어로 수렴했어요. 차분한 팔레트, 부드러운 회색, 둥근 카드, 중립적인 레이아웃… 모든 게 안전하고 익숙해요.

Schloesser는 이걸 미적 비판으로 보지 않아요. 디자인 시스템이 지지 구조가 아니라 출발점이 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관한 관찰이라는 거예요. 변화는 위험해 보이고, 변화가 사라지면 특정한 종류의 사고도 함께 사라진다는 거죠. 전통적인 UX가 다르게 보였던 건, 문제를 다르게 이해했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어요.


공유된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아마도 이 글에서 가장 무거운 지적이 여기에 있어요.

많은 디자이너들이 휴리스틱을 외우라는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대요. 노먼을 읽어본 적도 없고, 가렛의 레이어를 슬라이드 이상으로 이해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크룩의 문구는 알아도 그 이유는 모를 수 있고, 에드워드 터프티(Edward Tufte)는 아예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Schloesser는 이게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교육적 실패라고 명확하게 말해요. 한 학문이 기초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걸 멈추면, 각 세대는 표면에 더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인슈어테크 분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험업의 본질, 리스크를 이해하고 사용자의 두려움을 설계로 해결하는 것, 이 기반 위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경쟁사는 이렇게 하던데?"가 먼저 나오는 상황들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Schloesser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고 해요. 젊은 디자이너들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이 질문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조용히 전통적인 UX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들을 잘라낸 건 아닐까?"

McKinsey의 디자인 리포트에 따르면, 사용자 리서치와 문제 정의에 평균 40%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기업들의 수익 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해요.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글의 마지막 문장이 정말 오래 남았어요. "문제를 어떻게 묻는지 잊은 학문은 결국 왜 존재하는지도 잊게 된다." 향수나 문지기 역할이 아니라, 장인정신으로서 다시 기초를 되새기는 것.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이 글에서 가장 가져가야 할 것 한 가지

UX는 예쁜 화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에요. 사용자를 이해하고,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성급하게 답으로 뛰어들려는 충동을 견디는 거예요. 피그마로 화려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어도, 그 프로토타입이 풀려는 문제가 진짜 사용자의 문제인지는 별개의 질문이에요. 속도보다 방향,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첫 번째 아이디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겸손함. 돈 노먼과 제이콥 닐슨이 남긴 기초는 낡은 이론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오히려 더 절실한 원칙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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