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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 진짜 문제를 푸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4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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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말고 진통제를 만들라는데, 그게 대체 어떻게?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듣는 말이 있어요.

"비타민 말고 진통제를 만들어라."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하지 않나요? 누가 일부러 비타민을 만들겠어요. 문제는 내가 만드는 게 진짜 진통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거죠.

CB Insights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원인 1위가 바로 '시장 수요 부족'이라고 해요. 비율이 무려 42%나 되더라고요. 결국 고객이 진짜 원하지 않는 걸 만든 거죠. 저도 Fingate에서 보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실제로 써먹었던, 구체적이고 현장에서 통하는 테스트 방법 4가지를 솔직하게 공유해볼게요.


경기가 나빠지면 당신 제품은 몇 번째로 잘릴까요?

2022년 코로나 이후 테크 업계가 급격히 식었을 때 기억나시나요?

겉으로는 잘 안 보였지만, 그때 많은 CTO들이 해야 했던 일이 있었어요. 바로 "외부 툴 예산 30% 삭감" 스프레드시트를 만드는 거였죠.

여기서 진짜 중요한 질문이 나와요. 그 스프레드시트에서 내 제품은 몇 번째 줄에 있을까? 상위 30% 안에 들어가나요, 아니면 맨 밑에 있나요?

예산 삭감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제품들은 명확해요. 서비스 자체가 멈출 수 있는 인프라, 업무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리고 개발이나 프로젝트 관리처럼 핵심 업무에 밀착된 시스템이죠.

만약 고객사 의사결정권자와 대화를 나눠봤을 때, 내 제품이 상위 30%에 확신을 갖고 들어갈 수 없다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건 비타민일 확률이 높아요.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한국 스타트업의 평균 개발 기간이 14개월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그 긴 시간을 쏟아붓고도 예산 삭감 1순위에 올라가는 제품이 된다면, 그건 정말 뼈아픈 일이잖아요.


돈 내고 싶어 안달 난 단 한 명, 찾으셨나요?

잠재 고객과 미팅할 때 진짜 의미 있는 신호는 딱 두 가지예요.

첫째, 누군가 내 제품 아이디어를 엄청 싫어하면서 열정적으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경우. 둘째, 누군가 당장 돈을 내겠다고 조르는 경우. 그것도 우리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요.

"우와, 진짜 유망해 보이네요!", "우리 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데요?", "투자하고 싶어요!" 같은 말들은 사실 노이즈예요. 물론 기분은 좋죠. 그런데 확신을 주지는 못해요.

정말 중요한 건 두 번째 신호예요. 결제 링크를 보냈는데 바로 긁는 사람.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고 계약서 달라는 사람. 이런 분들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게 진짜 시작점이에요.

Y Combinator 출신 스타트업들의 초기 성장 패턴을 보면, 대부분 이렇게 절박하게 원하는 소수의 얼리어답터에서 시작했어요. 에어비앤비도 처음엔 자기 집 렌트비를 내야 했던 창업자들이 직접 쓰면서 시작했잖아요. 그리고 그게 지금의 세계적인 플랫폼이 됐고요.

초기 고객이 많을 필요 없어요. 딱 한 명만 있어도 돼요. 단, 그 한 명은 진짜여야 해요.


문제는 있는데 아무도 지금 당장 풀고 싶어 하지 않는 함정

이건 제가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느낀 부분이에요.

보안 도구나 컴플라이언스 관련 시장을 생각해보세요. 분명 문제는 있어요. 데이터 유출되면 큰일 나잖아요. 그런데 국내외에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려 하지 않았어요.

"세상이 이래야 하는데 왜 안 그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게 바로 위험 신호예요. 특히 자기가 잘 모르는 시장에 탑다운 방식으로 들어가는 창업자들이 이런 함정에 잘 빠져요.

몇 가지 더 구체적인 위험 신호를 알려드릴게요.

내 제품이 기존의 널리 퍼진 행동 방식을 바꾸려 한다면, 시장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면, 완벽해 보이는 타겟 고객이 가장 먼저 이탈한다면, 그리고 고객이 "지금 바로 사야 하는" 결정적 순간이 없다면요?

이런 경우는 진통제처럼 보여도 사실은 비타민일 수 있어요.

가트너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구매 결정의 상당수가 "지금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로 시작한다고 해요. 그리고 그중 많은 비율이 결국 구매하지 않고 끝나고요.

결국 핵심은 이거예요. 문제가 있고, 고객이 그 문제를 알고 있고, 그리고 지금 당장 풀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 진통제가 팔리는 자리예요.


"10배 더 낫다"는 말의 진짜 의미

"경쟁사보다 10배 나은 제품을 만들어라." 스타트업 하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호하잖아요.

저는 이걸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무언가에서, 10배 더 나아야 한다."

순서가 중요해요.

먼저 '무언가'부터 볼게요. 모든 면에서 다 나을 순 없어요. 리소스가 한정돼 있으니까요. 대신 아주 구체적인 한 가지에서 확 튀어야 해요. 가격이 10분의 1이거나, 속도가 10배 빠르거나.

노션이 처음 나왔을 때 컨플루언스나 에버노트보다 모든 면에서 나았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유연성"이라는 한 가지 측면에서는 압도적이었죠. 내 마음대로 페이지를 만들고 연결하는 자유도에서요.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구매자들은 5배 개선에는 고민하지만 10배 개선에는 거의 즉시 결정한다고 해요. 측정하고 비교하는 게 무의미해지거든요. 그냥 사는 게 답이 되는 수준이에요.

그리고 '누군가'도 중요해요.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요. 회사 입장에서 10배 나아 보이는 게,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거 쓰면 내가 더 빨리 퇴근할 수 있어"나 "이걸로 성과 보고서 만들면 칭찬받겠는데"로 느껴져야 해요.

저희가 EventFlow를 개발할 때도 이 원칙을 적용했어요. 보험사 GA 입장에서 행사 관리의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참석자 관리와 리마인드"라는 딱 한 가지에서 기존 방식, 그러니까 엑셀이랑 카카오톡 조합보다 확실히 더 편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죠. 이게 고객이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된 지점이었어요.


좋은 반응과 진짜 신호를 구분하는 법

스타트업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가 좋은 반응에 취하는 때예요.

데모 행사에서 박수를 받았다거나, 지인들한테 보여줬더니 다들 좋아했다거나, SNS에 올렸더니 좋아요가 많이 달렸다거나. 이런 반응들이 PMF의 증거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실 가장 위험한 상태예요.

진짜 신호는 훨씬 불편하게 생겼어요.

미팅에서 누군가 "이런 방식은 우리 업무 흐름에 안 맞아요"라며 날카롭게 지적해주는 것. 가격을 보고도 "어떻게 도입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계약 전에 먼저 내부 보고를 하겠다는 것.

이런 신호들이 실제로 돈이 오가는 거래와 연결돼 있어요.

반면 "진짜 좋아 보여요", "나중에 한번 검토해볼게요", "가격이 조금 낮아지면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말은 대부분 정중한 거절이에요. 이걸 신호로 착각하면, 방향을 잃게 돼요.


위기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시험대

2023년 이후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얼어붙었어요.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런웨이가 짧아지고, 폐업 소식도 잦아졌죠.

이런 시기가 바로 제품의 진가가 드러나는 때예요. 예산이 줄어들 때 제일 먼저 잘리는 제품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제품 사이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보이거든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톰 아이젠만 교수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좋은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그 기회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리고 좋은 기회의 핵심에는 항상 "지금 당장 누군가가 절박하게 원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PMF를 못 찾아서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이렇게 많은 건, 단순히 실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불편한 질문들을 일찍 던지지 않은 결과인 경우가 많아요. "우리 제품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고객이 아니라 창업자 스스로 먼저 엄하게 물어야 해요.


4가지 테스트, 지금 바로 해보세요

오늘 말씀드린 4가지 질문은 좀 거칠게 들릴 수 있어요.

"우리 제품이 예산 삭감 상황에서 살아남을까?"

"돈 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나?"

"고객이 문제를 알고 지금 당장 풀고 싶어 하나?"

"뭔가 하나에서 확실하게 10배 나은가?"

이 질문들이 불편하다면, 어쩌면 그게 이미 답일 수도 있어요.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불편한 진실과 먼저 마주하는 거거든요.

저도 여전히 이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기준을 갖고 있으면, 적어도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는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게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거잖아요. 허상이 아닌 진짜 확신이요.

비타민과 진통제를 구분하는 건 결국 고객이에요. 우리가 아니라요.


핵심 정리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마지막에 잘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려면 최소 한 명이라도 당장 돈 내겠다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 사람이 문제를 알고 지금 풀고 싶어 해야 해요. 그리고 뭔가 한 가지에서는 기존 방식보다 확실하게 10배 나아야 하고요. 좋은 반응과 진짜 신호는 다르고, 불편한 질문을 먼저 던지는 창업자만이 진짜 PMF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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