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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AI로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SaaS가 있다? 레드포인트의 충격적인 진단

by DrKo83 202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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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능 추가"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요즘 SaaS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우리도 AI 기능 넣었어요."

챗봇 붙이고, 요약 버튼 달고, 대시보드에 AI 레이블 하나 더 추가하고. 그러면서 "AI 전환 완료"라고 선언하는 회사들이 수두룩하죠. 그런데 실리콘밸리의 유명 VC 레드포인트 벤처스(Redpoint Ventures)가 2026년을 앞두고 이 흐름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기능 추가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넷플릭스, 스노우플레이크, 스트라이프를 초기에 발굴한 그 레드포인트가 보험, 회계, 법률, 의료, HR 소프트웨어를 향해 "AI 네이티브로 전면 재설계해야 할 카테고리"라고 직접 지목했습니다. 단순한 투자 트렌드 얘기가 아닙니다. 어떤 의미인지 찬찬히 뜯어볼게요.

SaaS 멀티플이 80% 폭락한 이유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공개 SaaS 기업들의 매출 배수(NTM Revenue Multiple)는 2021년 최고점 22배에서 현재 4.1배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80%가 날아간 거예요. 반면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은요? 시리즈 B·C 기업들의 중간 ARR 배수가 61배입니다. 공개 시장 대비 528% 프리미엄이 붙어 있습니다.

같은 소프트웨어인데 이렇게까지 가격이 다를 수 있을까요? 시장은 레거시 SaaS와 AI 네이티브를 이미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 무서운 숫자가 하나 있어요. AI 기업들이 연간 매출 500만 달러에 도달하는 속도가 기존 SaaS 기업보다 13개월 빠릅니다. 1년 넘는 시간 차이가 결국 카테고리 승자를 결정합니다.

레드포인트가 직접 지목한 5가지 재설계 영역

레드포인트는 뭉뚱그려 말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지 파트너들이 직접 리스트를 냈어요.

첫째는 회계 소프트웨어입니다. 회계 인력은 줄고 있는데 오류와 재작업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에요. 2026년에는 AI가 분개 입력, 계정 조정, 결산 업무를 통째로 처리하면서 실시간에 가까운 재무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거라고 레드포인트는 봅니다.

둘째는 매출채권(AR) 관리입니다. 기존 AR 소프트웨어는 미수금을 그냥 "추적"만 했죠.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직접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고 협상까지 해서 연체 전에 현금을 회수하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수동 추적에서 능동 회수로 넘어가는 거예요.

셋째는 법률 서비스 소프트웨어입니다. 레드포인트는 "새로운 형태의 로펌이 등장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법률 AI 스타트업 Harvey는 제로에서 시작해 2025년 말 기준 연간 반복매출 1억 9,500만 달러에 도달했고, 밸류에이션은 110억 달러 협상 단계에 있습니다. 법률 SaaS가 문서 관리를 넘어 실질적인 자문까지 담당하기 시작한 거죠.

넷째, 그리고 제게 가장 와닿는 영역, 보험 SaaS입니다. 레드포인트는 보험을 "AI가 본격 침투할 다음 대형 버티컬"로 직접 지목했습니다. 의료, 법률처럼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AI가 클레임, 고객 서비스, 영업 전반을 대체할 여지가 크다고 봐요.

다섯째는 HR 소프트웨어입니다. 레드포인트는 CPO(최고 인사책임자)의 역할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온보딩부터 교육, 역량 강화, 오프보딩까지 전 과정을 AI가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기존 HRIS나 LMS는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놓치는 부분: 시스템 오브 레코드 싸움

많은 SaaS 기업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AI 탑재"라는 마케팅 문구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레드포인트는 이걸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핵심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가장 좋은 데이터를 가진 자가 가장 좋은 AI를 갖는다."

좋은 데이터를 갖는다는 건 결국 업무가 실제로 일어나는 핵심 플랫폼, 즉 시스템 오브 레코드(System of Record)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에 없으면 아무리 좋은 AI를 붙여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허브스팟이 AI 기능을 붙였지만 주가가 51% 폭락한 것과, 팔란티어가 AI를 핵심 운영 인텔리전스로 설계해 63%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같은 AI를 쓰는 것처럼 보여도 설계 철학이 다른 겁니다.

가르트너에 따르면 2026년까지 기업의 80%가 버티컬 AI 에이전트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대세가 기울고 있는 거예요.

한국 보험 시장, 정말 예외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한국은 좀 다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규제도 다르고, 시장 구조도 다르고, 설계사 중심의 GA 채널이 강한 한국 보험 시장은 글로벌 흐름과 조금 다를 거라고요.

그런데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인슈어테크 시장 규모는 2024년 155억 달러에서 2032년 206억 달러로 연평균 26%씩 성장하는 중입니다. 레드포인트도 보험 분야에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요.

GA 채널의 설계사 관리, 계약 심사, 클레임 처리, 고객 상담까지. 수작업 의존도가 높은 이 모든 영역들이 AI 에이전트 대체 대상 1순위입니다. 전통적인 관계 영업이 강한 보험 업계라 바뀌는 속도가 느릴 뿐,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AI 추가형 vs AI 네이티브, 어떻게 구분할까

혹시 우리 회사가 쓰는 소프트웨어가 어느 쪽인지 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기준을 드릴게요.

AI 추가형은 기존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을 얹은 형태입니다. UI가 그대로이고, 데이터 구조가 그대로이며, AI가 부가 기능처럼 작동합니다. 반면 AI 네이티브는 처음 설계 단계부터 AI가 핵심 로직입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의사결정 구조, UX 전체가 AI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요.

비베르 사례를 보면 명확합니다. 같은 AI 모델을 써도 그걸 보조 기능으로 쓰는 회사와, 그걸 중심으로 전체 워크플로를 재설계한 회사는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AI 도입률로 따지면 2026년까지 SaaS 기업의 75%가 최소 하나의 주요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 자동화를 구현할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문제는 그 75%의 대부분이 여전히 AI 추가형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카테고리 승자가 결정되는 창이 좁아지고 있다

레드포인트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사실 하나입니다. 인터넷 전환, 클라우드 전환, 모바일 전환 때를 돌아보면 카테고리 승자가 결정되는 짧은 구간이 있었어요. 그 구간을 놓치면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지금이 그 구간입니다.

AI 기업들은 시드에서 시리즈 C까지 기존 기업 대비 24~40%의 프리미엄을 받으며 더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요.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벌어집니다.

실제로 2025년 버티컬 AI 스타트업은 35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2024년 12억 달러의 약 3배 규모입니다. 돈도, 사람도, 타이밍도 AI 네이티브 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마무리

레드포인트의 경고는 단순히 벤처 투자자의 예측이 아닙니다. SaaS 시장 전체를 향한 구조 변화의 신호입니다. 회계, 보험, 법률, 의료, HR 소프트웨어는 기능 개선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대상이 됐고, 이 재편의 창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닫히고 있습니다.

저장해두고 싶은 문장 세 개만 드릴게요.

"AI 기능을 붙인 SaaS"와 "AI로 처음부터 설계한 서비스"는 같은 카테고리가 아닙니다.

가장 좋은 데이터를 가진 자가 가장 좋은 AI를 갖습니다.

그리고, 카테고리 승자가 결정되는 시간이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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