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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스타트업

AI 스타트업 붐 속 기술 인볼루션, 우리는 왜 제자리를 맴돌까

by DrKo83 202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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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쁜데 왜 제자리인 걸까 요즘 링크드인이나 뉴스레터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스타트업 소식이 올라옵니다. 누구는 시리즈B를 유치했고, 누구는 밸류에이션이 두 배가 됐고, 누구는 세상을 바꿀 제품을 내놨다고 합니다. 저도 매일 이런 뉴스를 스크랩하고 요약하는 입장이라 체감이 큽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렇게 다들 열심히 뛰는데, 정작 시장 전체를 보면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다들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을 뿐인 느낌이랄까요.

미국의 스타트업 창업자 로한 가나파바라푸는 최근 블로그 글에서 이 현상을 기술 인볼루션이라는 개념으로 짚었습니다. 오늘은 이 개념을 빌려서, 왜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산업 전체는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는지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인볼루션이 뭔지 짚고 가요 인볼루션은 원래 인류학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미국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농업을 연구하면서 만든 말인데요, 땅은 늘어나지 않는데 인구만 계속 늘어나니까 기존 농지 안에서 노동력만 더 촘촘하게 투입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겉보기엔 다들 더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데, 실제 생산성이나 구조적 발전은 없는 상태, 그래서 발전 없는 성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최근 중국에서 네이쥐안이라는 신조어로 다시 유행하면서, 무한 경쟁 속에서 다들 지쳐가지만 정작 아무도 앞서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인볼루션은 노력의 총량은 늘어나는데 구조적 발전은 없는, 제자리 경쟁 상태를 뜻합니다.

요즘 기술 산업이 딱 이 모양입니다 원문에서 로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의 빅테크들은 계속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정작 인간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옅어졌다고요. 반면 미디어 영역에서는 이미 판이 뒤집힌 사례가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시작한 크리에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만든 콘텐츠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요.

그런데 정작 새로운 미디어는 계속 나오는데, 왜 새로운 기술은 잘 안 나올까요. 실리콘밸리가 웹2 시절의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입니다. 트위터의 분노 유발 콘텐츠, 틱톡의 수백 개 계정에 걸쳐 반복되는 미표기 광고처럼, 같은 패턴이 형태만 바꿔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벤처 투자는 5,1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2025년 연간 투자액 4,40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중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회사가 상반기 전체 투자액의 43퍼센트에 해당하는 2,170억 달러를 차지했습니다. 돈은 무섭게 몰리는데, 그 돈이 소수에게 극단적으로 쏠리고 있다는 뜻이죠.

한 줄 정리, 투자금과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게 곧 새로운 기술 구조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여기서 많이들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돈이 몰리고 스타트업이 늘어나니까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인볼루션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투입은 늘어나는데 산출의 질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정체된다는 것이죠.

국내 상황을 봐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더브이씨 집계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282건, 5조 6,271억 원으로 상반기 누적 7조 8,005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액 6조 9,358억 원을 반년 만에 넘어선 규모입니다. 그런데 상반기 100억 원 이상 대형 딜이 141건으로 전체 투자 금액의 93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소수 대형 딜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정작 초기 스타트업으로 가는 자금은 오히려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로한은 창업자들이 이런 흐름에 빠지는 심리적 메커니즘도 짚습니다. 창업자가 놓인 환경, 즉 그가 어떤 서사와 유행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는 겉보기엔 우연 같지만 사실은 자신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퍼뜨린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겁니다. 몇몇 인플루언서가 이게 다음 대세다라고 말하면, 소외되기 싫은 마음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듭니다. 인기가 인기를 부르는 거죠. 그리고 창업자는 그렇게 형성된 확신을 마치 자기만의 독창적인 통찰인 양 착각하게 됩니다.

한 줄 정리, 투자와 창업이 늘어나는 것과 실제 기술적 도약이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핵심, 정체는 필연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조건입니다 원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은 이겁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의 정체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좁아진 기대치일 뿐이라고 믿는 것이라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정체를 원래 이게 한계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천장을 낮추는 셈이 됩니다.

이건 스타트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경쟁사가 하는 방식을 따라가면 당장은 안전해 보입니다. 시장에 이미 검증된 패턴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다들 같은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업계 전체가 조금씩 더 정교해질 뿐 근본적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한 줄 정리, 정체를 극복하려면 먼저 이게 한계다라는 전제 자체를 의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왜 이게 중요할까요 B2B SaaS를 기획하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경쟁사 벤치마킹, 빠른 실행, MVP 반복 개선 같은 워크플로 자체가 인볼루션을 가속시키는 함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도 다 하는 방식으로 더 빨리, 더 열심히 하는 것과, 실제로 판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AI 코딩 툴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아진 시기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보니, 오히려 빠르게 베끼고 빠르게 출시하는 패턴이 더 쉽게 반복됩니다. 진짜 차별화는 속도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질문을 던지는 데서 나옵니다.

한 줄 정리, 열심히 하는 것과 방향이 맞는 것은 별개이며, 방향 자체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로한은 글 말미에서 좋은 기술은 자본주의의 궤도를 타고 자연스럽게 퍼져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지금의 정체는 기술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적 관행과 겉치레가 만들어낸 가짜 지평선이라는 겁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구조가 우리를 가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구조를 어느 정도 스스로 만들고 있다면, 다르게 행동하는 순간 판을 바꿀 여지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산업 재편의 신호는 이미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AI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짜는 대기업들, 소규모 팀이 대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사례들, 그리고 국내에서도 업스테이지가 국민성장펀드 AI 모델 부문 1호 직접투자 기업으로 선정돼 5,600억 원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자본의 인정을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볼루션 안에 갇힌 다수와, 그 판을 깨고 나오는 소수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정체는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구조 안에서 다르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판을 바꿉니다.

마무리 기술 인볼루션은 결국 다들 더 열심히 하는데 왜 아무것도 안 바뀌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투자금이 몰리고 스타트업이 쏟아져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한 산업은 제자리를 맴돌 뿐입니다. 진짜 변화는 남들보다 빠른 실행이 아니라, 애초에 다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시장의 관성을 따라가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다른 방향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오늘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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